'北-中 우정' 강조…관계복원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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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右)이 2001년 1월 베이징을 방문해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의 20일 회담이 바로 그 같은 복원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金위원장의 방중 일정을 조정하면서 중국의 새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과의 만남 이상으로 江주석과의 회담 일정에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2001년 9월 江주석의 방북 이후 양국관계가 크게 손상된 이래 지금까지 제대로 봉합되지 않았으며 그 이유가 바로 江주석에서 비롯된다고 북한 측이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江주석은 2박3일간의 일정 중 金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도 공동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방북 기간에 江주석이 金위원장의 만찬 초대에 대한 답례 초대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江주석이 격노했다고 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 건설과 관련,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각기 다른 말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江주석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을 때 '북한은 믿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베이징 외교가에 퍼졌을 정도다.

이처럼 싸늘하게 식은 양국관계는 2002년 10월 중국이 양빈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을 체포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어 북한과 중국이 각기 자국 내 상대방 간첩 소탕 작전을 3개월이나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이 찬바람이 몰아치던 양국관계의 전환점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북핵 문제다. 미국은 중요 국제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중국의 의향을 탐색했다. 예를 들어 이라크와의 개전을 앞두고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은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이냐'는 식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이 최근 유사한 질문을 중국에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중국이 북한에 전달했다. 특히 지난달 북한 방문에 나섰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金위원장에게 직접 정확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金위원장은 4.15 김일성(金日成) 생일 기념 행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방문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안보와 직결된 문제에서 중국, 특히 군권을 장악한 江주석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江의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당분간 胡주석에게 이양될 계획이 없다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江주석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제16차 당대회 기간인 2007년까지, 또는 조기 이양할 경우 군사위 부주석으로 오른팔인 쩡칭훙(曾慶紅)국가부주석을 밀고 있다. 무려 2년7개월 만에 이뤄진 20일의 金.江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중의 변함없는 우정'이 강조돼 金위원장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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