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얘기 오간 여야 영수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년만에 단독대좌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여야 영수회담은 당초 1시간30분 정도로 예상된 시간을 훨씬 넘겨 2시간10분 동안 계속돼 상당히 진지한 얘기가 오갔음을 감지케 했다.
金총재는 회담이 끝난 뒤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의 배웅을 받으면서 『金대통령께서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나눠 줘 고맙습니다.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했습니다』는 말을 전했다고 李수석이전언. …金대통령과 金총재는 이날 낮12시부터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칼국수로 오찬을 함께 하며 단독회담을 시작.
회담에 앞서 金총재는 이날 오전11시58분 정동채(鄭東采)비서실장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청와대 본관현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李정무수석의 영접을 받고 악수를 나눈 뒤 2층 오찬장으로직행. 金총재는 사전 준비한 대화자료를 노란색 대봉투에 넣어 들고 왔으며 표정은 밝았지만 다소 긴장된 모습.金총재는 金대통령이 입장하기전 1분 가량 백악실 창문으로 청와대 뒷산의 봄경치를 바라보며 대기.
이어 金대통령이 오찬장으로 들어서면서 金총재에게 친숙한 어조로 『오랜만이야』라고 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으며 金총재는 정중한 어조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두 사람은 곧바로 원탁테이블에 앉아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날씨와 한.■ 정상회담을 화제로 잠시 담소.
대화가 계속되자 金총재도 초반의 공식적인 어투에서 옛 동지로돌아가 『당신』이라고 불렀고 金대통령도 『자네』라고 호칭.
…이날 대화는 金총재가 미리 준비해 온 「김영삼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요지」라는 제목의 9쪽의 자료를 놓고 金대통령이 일일이항목별로 짚어 가며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항목별로 金대통령이 설명하면 金총재가 보충발언을 하는 형식 이었다고 윤여준(尹汝雋)청와대대변인이 전언.회담이 끝난 뒤 金대통령은 백악실 앞에 나와 金총재를 배웅한 뒤 집무실로 이동했으며 이어 尹대변인을 불러 항목별로 구술.金대통령도 이날 평소와는 달리 상당량의 메모를 했다는 후문.
…김대중총재는 『사람은 자주 만나고 서로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김영삼대통령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입장을 알게 됐고,내 입장도 직접 충분히 이야기했다』며 대화 자체에 만족하는 태도.
정동채비서실장도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金총재의 이야기를 전했으니 金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
金총재는 당직자와 기자들에게 청와대 대화 내용을 전한 뒤 『나에게는 칼국수를 더 많이 줬지만 金대통령이 하도 빨리 먹어 절반밖에 못 먹었다』면서 당사 지하 식당에서 비서진과 함께 아귀찜으로 다시 식사.
金총재는 『金대통령이 메모를 해가며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북한문제를 빼놓고는 알아서 발표하라고 했다』고 설명.
김두우.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