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편 무릎 앉으려다 퇴짜, 굴욕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엄마가 뿔났다'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김혜자 가출사건'에 이어 '장미희의 굴욕'도 화제다. 중앙SUNDAY가 '엄뿔' 촬영장을 찾았다. '50대 패셔니스타'로 각광받는 장미희(고은아 역)의 매력도 탐구했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

지난주 ‘장미희 굴욕’이 실시간 검색어로 떴다. ‘엄마는 뿔났다’ 3일 방영분에서 ‘귀족으로 태어나 귀족으로 살아온’ 도도한 고은아(장미희 분) 여사가 남편 김진규(김용건 분)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주부 한자(김혜자 분)가 안식년을 선언했던 ‘김혜자 가출사건’ 이후 또 한번 화제몰이를 한 것이다. ‘엄뿔’은 주말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인기 드라마다.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는 숱했다. 그러나 ‘엄뿔’만큼 드라마 내용이 끊임없이 대중의 화제에 오르내리는 드라마는 흔치 않다. 중앙SUNDAY가 ‘엄뿔’ 촬영 현장을 찾아봤다.

방송카메라가 잠시 멈춘 순간 배우들은 매무새를 고치고 대본을 확인한다. 신동연 기자

8일 오전 10시 KBS별관 A스튜디오 옆 여자연기자 대기실. ‘엄뿔’의 김진규·고은아 부부 집에 식구들이 모두 모여 있다. 아들 정현(기태영 분), 며느리 영미(이유리 분), 가정부 미세스 문(김희령 분)은 물론이고 스튜디오 철문 앞 새장에 고은아가 기르는 구관조 ‘베키’까지 대기 중이다. 매주 금요일은 김진규 가족의 세트장 촬영이 있는 날이다. 촬영은 오후 2시부터지만 마지막 대본 연습을 해야 한다.

장미희와 이유리는 화장대 앞에, 나머지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은빛 장발을 휘날리며 진분홍 셔츠 차림의 정을영 PD가 들어온다.

“아우…. 수영장이 잘 안 구해져서. 오전 4시에 촬영을 해야 할 판인 거야. 근데 4시면 껌껌하잖아!”
“그럼…, 우리 아예 제주도 가서 촬영하면 어떨까요?” 특유의 ‘고은아 말투’로 장미희가 얘기하자 김용건도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이순재 선생님께서 오늘 광고 찍느라 저녁에 좀 늦으신대요.” “김나운(인성엄마 역)도 광고 찍으러 일본 간다더라고.” “이젠 광고 안 찍는 사람 숫자를 세봐야겠다.” 드라마의 인기가 다들 즐거운 모양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연습이 시작되자 정 PD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너 왜 대사 톤을 그렇게 해! 이건 기분 나쁜 상황이라고. 아직 니가 결혼을 안 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지적이 자꾸 이어지자 장미희가 기자에게 눈웃음을 보냈다. “까칠하죠? 우리 팀은 까칠팀이거든요.”

까칠했다. 허술함을 용서하지 않는 것을 ‘까칠’이라고 표현한다면. 정 PD는 물론이고 연기자들도 그랬다. 연습시간 30분 전부터 와 있더니 실제 녹화 때처럼 목소리 톤과 표정을 실감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선 처리까지 빠뜨리지 않았다. 김용건은 어깨를 크게 돌리는 등 대본에 없는 동작까지 곁들였다.

오전 11시. 리허설이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자, 영미! 거기까지! 더 나가지 말고!” 카메라가 잡을 수 있도록 어디까지 걷고 어느 위치에 서야 하는지 촬영 전에 동선을 미리 정해두는 작업이다. 세트는 김진규의 집 1층과 2층, 크게 두 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1층 거실 세트에 붙어 있다. 1층 세트에서 계단으로 후다닥 뛰어올라가는 장면을 찍은 뒤 2층 장면은 바로 옆 세트로 옮겨가 찍는다.

대문 앞 장면은 평창동까지 가서 찍는다. 그래도 한자네 집 대문보다는 여의도에서 훨씬 가깝다. 한자네 대문은 전북 군산에 있다. 그래서 격주로 군산에 내려간다. 대신 평창동 대문은 비싸다. 주당 1~2회,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촬영하는 데 6개월에 800만~1000만원 정도가 시세다. 일~수요일은 야외촬영, 목(한자네)·금(은아네)은 세트촬영, 금요일 저녁엔 2~3주 뒤 방영할 대본 연습. 토요일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자, 30분 당겨서 오후 1시30분에 촬영 시작합시다. 그거 되는지 확인했지? 뭐야? 안 돼?”

8일 촬영분에서도 남편 어깨를 마사지하는 등 ‘장미희의 굴욕’은 계속됐다(17일 방영 예정). 신동연 기자

정 PD의 불벼락이 떨어졌다. 뭐가 문제일까. 거실 세트의 인터폰 화면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본을 보니 그냥 미세스 문이 진규에게 대문을 열어주는 장면이다. “저….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요?”(기자) 리얼리티가 없어서 안 된단다. 인터폰이 안 보이도록 진규가 들어오는 현관만 화면에 잡으면 안 되는 거냐고 물었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타협하시면 드라마가 무너지는 거죠.” 한 스태프가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오후 1시30분 촬영이 시작됐다. 소품팀이 어느새 인터폰을 고쳐놨다. “자~조용히~들어가요! 갑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거실 벽에 걸린 인터폰 화면에 진규 얼굴이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아, 저러면 시청자들이 한발 먼저 ‘사장님’이 왔다는 걸 알 수 있겠구나 싶다. 대본 구석에 별표를 쳐놓고 ‘모니터에 진규가 보이게’라고 써놓은 정 PD의 메모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날 촬영 장면(17일 방영 예정)에선 ‘장미희의 굴욕’이 계속 이어졌다. 남편 무릎에 앉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어깨가 뭉친다”며 안마까지 해주지만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맛깔 나는 내용과 달리 촬영장은 의외로 조용해 심심할 정도였다. 탁상달력이 6월로 돼 있어서, 마이크가 잡혀서, 반사판이 내려와서…. 숱한 이유로 다시 찍어도 배우도 스태프도 군말이 없다. 계속 반복해서 연기하고 촬영할 뿐이다.

김수현 작가가 이날 “화덕에 들어간 피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할 만큼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엄뿔’팀만큼은 ‘까칠하게’ 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J-HOT]

▶ 한국이 중국을 누른 '전설의 10년'"

▶ 조계사 '촛불' 수배자들의 깜짝 외출

▶ 박태환, 오늘 400m 결승…3번 레인 '최상의 배정'

▶ "특수는 커녕…" 베이징 현대차·롯데 백화점도 울상

▶ IOC "한국 축구대표, 호랑이 문장 떼고 뛰어라"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