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에 첩보설욕戰 별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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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의 재건축 방침이 결정되면서 미국-러시아간 첩보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건축 대상은 현재 모스크바시 중심인 고뉴스코프카야 거리에 있는 8층짜리 옛 미대사관 건물.
재건축 이유는 옛소련시절 KGB가 이 건물내에 「콩나물 시루」처럼 도청장비를 곳곳에 설치해놔 처음부터 용도폐기되다시피 됐다가 최근 재활용 결정이 났기 때문.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때 미국은 소련을 얕잡아 보다가 망신당했다. 공사는 79년에 시작됐지만 KGB는 이보다 3년전인 76년부터 공작을 시작했다.
닉슨 당시 미국대통령은 「데탕트」의 상징으로 벽.지붕등 건설자재로 소련제를 쓰도록 했다.그 덕에 KGB는 건설자재를 만들때부터 도청장치를 집어넣어 미국측 전문가들의 눈을 감쪽같이 속였다. 사람들의 속삭임을 감지해내고 타자기 소리만으로 문자를 해독하는 첨단장비들이 대사관 천장과 벽속에 잔뜩 들어갔다.
미국이 그 사실을 알아챈 것은 공사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인 85년께.결국 이 건물을 완공해놓고도 제대로 쓰지못한 채 비좁은 구관건물에서 일을 보아야 했다.
재건축 계획은 8층건물중 꼭대기 2층을 철거한 뒤 그 위로 4층을 새로 지어 올리는 것.
미국은 이번에 자재는 물론 인부까지 본토에서 공수해 러시아측의 도청을 사전에 원천봉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도 과거보다 훨씬 성능좋은 첨단 기술로 맞서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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