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녹용·구절초 넣은 프리미엄 샴푸 등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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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30면

샴푸는 미용을 넘어 두피 건강까지 챙겨주는 의약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한방샴푸 려(呂), 댕기머리 기골드, 케라시스 오리엔탈, 리엔 생기원(왼쪽부터) 최정동 기자

‘머리카락도 피부다.’
이런 모토를 내걸고 ‘엘라스틴’이 등장한 것이 2001년이었다. 그 이전까지 샴푸는 머리카락에 낀 때를 없애주는 세정제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프리미엄급 샴푸’를 표방한 엘라스틴이 등장한 이후 샴푸는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만들어주는 미용 제품으로 격상됐다.

몸에 좋으면 머리카락에도 좋다

최근 샴푸는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미용을 넘어 모발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의약품으로 지위가 격상되고 있다. 한방 원료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댕기머리’가 홈쇼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원래 댕기머리는 충남 금산의 중소기업인 두리화장품이 지방 중소도시의 미용실을 상대로 판매하던 제품이다. 하지만 CJ홈쇼핑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CJ홈쇼핑에서 2005년 하반기부터 2년간 히트상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구절초·인삼 등의 한약재를 72시간 다려 만든 농축액을 넣었다는 이 제품은 사용자들 사이에 ‘머리카락이 굵어지고 힘이 생기는 것 같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샴푸 제조업체도 한방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려’ ▶LG생활건강의 ‘리엔’ ▶애경의 ‘오리엔탈’ ▶엔프라니의 ‘풍부하게 흐를 율 毛’ 등이 있다.

한 통에 5000~6000원가량 하는 일반 샴푸와 달리, 이런 제품들은 1만~3만원대의 고가다. 이들 제품은 하나같이 인삼·구절초·녹용 등 몸에 좋은 갖가지 약재를 넣어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머리카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는 헤어 케어만 전문으로 하는 ‘헤드 스파’도 성업 중이다. 헤어 디자이너 이희씨가 운영하는 ‘스파 드 이히’는 두피 청소 및 마사지, 영양 공급 등의 과정을 1시간여에 걸쳐 하는 헤어 스파를 운영하는데, 이용 비용이 회당 8만~9만원 선에 이른다.

두피 상태 따라 골라 쓴다
이전의 샴푸는 모발 상태에 따라 손상 모발용과 정상 모발용을 골라 쓰는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 제품은 모발 상태뿐 아니라 두피의 건성·지성 여부까지 따진다. LG생활건강의 김주영 팀장은 “2년 전만 해도 전체 샴푸 시장에서 차지하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0%로 커졌다”며 “비듬 케어, 두피 케어, 탈모 케어 등으로 샴푸의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려’의 경우 ▶손상 모발용 ‘함빛모’ ▶건성이나 지성 두피용 ‘청아모’ ▶탈모 케어용 ‘흑운모’ 등을 내놓고 있다. 댕기머리도 지성 두피용과 건성 두피용으로 나뉜다. 이처럼 두피 상태에 따라 샴푸를 구분하는 것은 두피 건강이 모발 건강을 좌우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두피에 피지나 각질이 많아지면 모공을 좁히거나 막아버려 머리카락이 가늘고 약해진다. 심할 경우 아예 두피를 뚫고 나오지 못해 탈모가 된다. 건성 두피는 각질이, 지성 두피는 피지가 끼기 쉽다. 프랑스의 세계적 헤어케어 브랜드 ‘르네 휘테르’가 내놓은 ‘컴플렉스5’는 두피의 각질이나 피지를 청소해 준다고 알려져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모근(毛根)을 강화해서 굵고 힘 있는 머리카락이 나오도록 해준다는 샴푸도 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내놓은 한방 샴푸 ‘리엔 보양진(津)’은 모근을 강화해 주는 특허 성분인 고삼·세신 추출물과 비듬 방지, 피지 조절 및 영양 공급을 해주는 황련·패모·산삼·녹용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애경은 ‘케라시스 오리엔탈’에 동백잎·석류·인삼 등의 추출물이 함유돼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제품은 탈모 방지 기능을 강조한다. 아모레퍼시픽 ‘려’ 가운데 ‘흑운모 진액’과 한국암웨이의 ‘사이토맥스 바이탈’은 아예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탈모 방지 관련 의약외품 인증까지 받았다. 의약품은 아니지만 의약품처럼 탈모 방지 기능을 갖췄다는 뜻이다. 두 제품 외에 비슷한 제품으로 ‘직공모발력’ ‘모아앤모아’ ‘닥터모’ 등이 있다.

식의약청 인증 유무 살펴야
하지만 의약외품이 아니면서 탈모 방지 기능을 갖춘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탈모 방지 기능이 있다는 말을 쓰려면 식의약청의 의약외품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받지 않은 제품이 그런 말을 쓰면 불법이다. 일부 제품은 특허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이것과 의약외품이라는 건 다른 얘기다. 댕기머리나 려·케라시스·다나한은 특허 성분을 함유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각 회사가 만들어낸 탈모 방지 성분을 다른 회사가 쓸 수 없도록 특허청에 등록을 해놨다는 뜻일 뿐이지, 모든 제품이 식의약청에서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다.

물론 탈모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쓴다고 해도 새로 머리카락이 나는 건 아니다. 다만 탈모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새로 머리가 나도록 하려면 발모 기능이 있는 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탈모 치료용 일반의약품으로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과 CJ의 ‘스칼프메드’가 있다. 이런 제품은 하루 두 번씩 두피에 바르는 일종의 약품이다. 탈모 증세가 심하다면 의사 처방을 받아 ‘프로페시아’ 등 전문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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