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끝 … 이제 동풍만 불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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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개막의 날이 밝았다. 중국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지 7년 만에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되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 상황이 어찌 됐느냐는 질문에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은 준비됐다. 이제 동풍만 불면 된다(萬事俱備 只欠東風)”고 대답했다. 제갈량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이젠 모든 전투준비를 끝내고 동풍을 일으킬 일만 남았다’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는 “3개의 경전철과 시내 34개 버스 노선 등이 모든 경기장과 선수촌을 그물처럼 엮고 있다”며 “전력, 상하수도, 의료 등 부족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갈량이 마지막 사업으로 동풍을 일으켰듯이 우리도 이제 성대한 개막식만을 남겨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은 이날 도착하는 50여 명의 각국 정상급 인사 맞이로 북새통을 이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등의 정상이 잇따라 도착하면서 마중 나온 각국 대사관 직원은 물론 중국 외교부 관리, 경호 및 의전 요원들이 밀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이날 고려항공(JS 2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2청사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 차량을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개막식 참석을 위해 올림픽 승객을 태우고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항공기는 201편에 달했다. 하루 입·출국 비행 편수는 1500회로 1분당 한 대가 이착륙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항에는 양제츠 외교부장과 셰쉬런 재정부장 등 장관급 인사가 대거 나와 외빈들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개막일인 8일에 맞춰 베이징으로 향한다.

○…이날 중국을 방문한 해외 지도자급 인사 중엔 우보슝(吳伯雄) 대만 국민당 주석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우 주석은 부인 다이메이위(戴美玉) 여사와 함께 7일 일찍 타이베이 공항을 출발해 홍콩을 거쳐 오후 늦게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우 주석은 출발 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을 기원한다”며 대만 선수의 선전을 당부했다. 그는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뒤 9일 대만 선수의 경기 관람도 계획 중이다. 중국은 이 밖에 쑹추위(宋楚瑜) 대만 친민당 주석 등 다수의 입법위원을 올림픽에 초청해 최근 무르익고 있는 양안 우호관계를 과시 중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올림픽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후 주석은 7일 인민대회당에서 전날 입국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라오스·세르비아 대통령 등과 각각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후 주석은 이어 이날 입국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북·중 우호 친선 강화 방안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후 주석은 개막식 당일인 후쿠다 일본 총리, 푸틴 러시아 총리 등과 각각 회담한다. 9일 오전엔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또 10일에는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 후 주석은 현재 70여 개국의 정상급 지도자들과 개별, 또는 집단 만남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 또한 후쿠다 일 총리, 푸틴 러 총리와 회담 일정이 잡혀 있다.

○…베이징 올림픽 위원회는 8일 개막식이 열릴 ‘냐오차오’의 모든 좌석에 물병을 구비해 입장객들의 물병 반입을 엄격히 금지할 예정이다. 또 개막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임의로 경기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했다. 리젠궈(李建國) 베이징시 교통위원회 부주임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막식 입장객들은 오후 4부터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며 “안전을 고려해 물병 반입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장 곳곳에 식품 판매대를 설치해 입장객들은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관람을 위한 망원경, 구급약 등은 반입이 허용된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밝혀 줄 성화가 대망의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만리장성에 올랐다. 성화는 이날 오전 7시쯤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에서 파일럿 영웅 리중화(李中華)의 손을 시작으로 베이징 외곽을 도는 이른바 ‘교외의 여정’에 돌입했다. 베이징 성화 봉송에는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 농구 스타 야오밍(姚明), 탁구 스타 류궈량(劉國梁),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등 유명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특히 디지털영상 처리 반도체 분야 세계 최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중싱(中星) 마이크로전자의 덩중한(鄧中翰) 사장이 참여해 중국 정보기술(IT)을 선전하기도 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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