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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상이 더 인자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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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일 오후 방한한 일본인 불교 신도들이 경주 불국사 관음전에서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6일 오후 5시 경주 불국사 관음전 앞. 538년 일본에 불교가 전래되고 751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법당이다.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60, 70대 일본인 불교 신자 100여 명이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두 손을 모았다. 한국 스님이 반야심경을 독경하자 이들은 법당을 향해 일제히 “마하반야바라밀다…”를 따라 독송했다.

일본 불자들의 한국 불교성지 순례가 시작됐다. 이른바 ‘한국 33관음성지’ 순례의 첫 발걸음이다. 한국의 관음 신앙 사찰 33곳을 직접 찾아가는 여정이다. 불국사는 ‘관음성지 23호’. 첫 방문객 100여 명은 대부분 은퇴자들로 사찰을 찾으며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여생을 보내는 불자들이었다.

규슈에서 부인과 함께 경주를 찾은 사카모토 메구미(78)는 “할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며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부부가 올해부터 관음성지 순례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카모토는 ‘왜 힘든 순례를 하느냐’는 물음에 “자신을 돌아보고 관음보살의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33관음성지를 순례하면 무병장수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전해 내려와 연간 80만 명의 불자가 이 행렬에 참여한다. 한국의 33관음성지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일본의 ‘33관음성지’에 착안해 관음 신앙을 중시하는 전통사찰 33곳을 올 5월 확정했다.

관음 신앙은 관세음보살을 신봉하는 불교 신앙. 관세음보살 또는 관음보살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자비’의 상징이다. 부처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부처의 자리를 버리고 보살이 되어 중생을 구제한다. 33은 관음보살의 33가지 형상을 뜻한다.

기도를 마친 일본인들은 다보탑과 석가탑 등 불국사 경내를 찬찬히 둘러봤다. 사촌 언니와 함께 한국을 처음 찾은 유키히라 도미코(64·후쿠오카현)는 “한국 불상은 더 인자하게 생겨 마음이 편안하다”며 “내친 김에 일본에 이어 한국 관음성지 33곳도 모두 순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9일까지 경북의 은해사·직지사·기림사와 경남의 해인사·통도사·범어사 등 7곳을 순례하며 템플스테이와 설법·다도 등 다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불교 성지 순례는 한국관광공사가 일본 불자들의 신앙심에 착안해 개발했다. 운영 첫해인 올해 일본인 불자 3000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2009년 5000명, 2010년 이후 매년 1만 명을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관광공사 오지철 사장은 “33곳을 모두 순례하려면 한 사람이 적어도 5∼6회는 한국을 찾아야 한다”며 “성지 순례는 몇 차례씩 한국 재방문을 유도하는 새로운 차원의 관광상품”이라고 말했다.

경주=송의호 기자

◇한국 33관음성지=▶수도권=보문사(강화)·조계사(서울)·용주사(화성)·신륵사(여주)·봉은사(서울)·도선사(서울)▶충청권=수덕사(예산)·마곡사(공주)·법주사(보은) ▶전북권=금산사(김제)·내소사(부안)·선운사(고창) ▶전남권=백양사(장성)·대흥사(해남)·향일암(여수)·송광사(순천)·화엄사(구례) ▶경북권=동화사(대구)·은해사(영천)·해인사(합천)·직지사(김천)·고운사(의성)·기림사(경주)·불국사(경주) ▶경남권=통도사(양산)·범어사(부산)·쌍계사(하동)·보리암(남해) ▶강원권=신흥사(속초)·낙산사(양양)·월정사(평창)·법흥사(영월)·구룡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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