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행나무침대""나에게 오라"등 영화음악 좋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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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관객과 연출자와의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로서의 영화음악은 상황묘사나 메시지전달에 영상이나 대사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이 때문에영화 자체보다 음악이나 사운드트랙 음반이 더 유 명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의 영화음악들이 호평을 얻고 있다.『한국영화 80년사에 가장 낙후된 분야는 영화음악』이라는 비판이 아직 높지만 『꽃잎』등 최신작들에서는 이같은 오명을 씻기라도 하듯 음악에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은 흔적들이 역력 하다.
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7주째 상영중인 『은행나무침대』와5일 개봉된 『꽃잎』의 영화음악은 국악에 바탕을 둔 음악으로 록밴드 출신의 가수 김수철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와 『태백산맥』에서 이뤄낸 성과를 이어받고 있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협연이 돋보이는 『은행나무침대』(연출 강제규.음악 이동준)는 대금과 가야금의 음색을 최대한 활용,다양한배경음악을 선보이고 있다.이로 인해 국악기가 단선율의 멜로디를이끌고 양악기가 화성을 연주하는 도식을 탈피하 는데 성공했다.
또 국악기와 21인조 실내악단과의 협연을 통해 때로는 극의 반전효과를 높이는 긴박감을,때로는 시공을 넘나드는 환생이란 영화의 내용에 어울리는 몽상적 분위기를 무리없이 연출하고 있다.
80년 광주의 상처를 그린 『꽃잎』(연출 장선우.음악 원일)은 해금변주곡을 메인테마로 채택했다.원일의 표현대로 『칼날같은슬픔이 묻어나오는 해금의 음색』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지배한다.
또 이 영화의 압권이라 할 수 있는 금남로 학살장면에 깔리는『아!금남로』는 절절이 한을 토해내는 듯한 여창(女唱)의 구음과 태평소 독주로 비장감을 자아낸다.영화 첫머리에 나오는 70년대 신중현의 작품 『꽃잎』은 주연을 맡은 이정 현이 직접 부른 것.신중현의 『꽃잎』과 이 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꽃잎이 피고 또 질 때면 그날이 또다시 생각나 못견디겠네』로시작되는 가사가 영화의 분위기에 잘 들어맞는다.다소 서투른 듯한 이정현의 목소리와 애상적인 편곡 도 영화 전체의 주제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최근 개봉된 『나에게 오라』(연출 김영빈.음악 신대철)에서는 엔딩타이틀과 함께 잔잔하게 울려나오는 안치환의 주제곡이 영화의 여운을 더해주고 있다.
이밖에 다음달 개봉될 『정글스토리』는 「넥스트」의 리더 신해철이 음악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 영화는 본격 록 영화를 표방하고 나선 만큼 음악이 영화 전체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신해철로서는 92년 유하 감독 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 이어 두번째 시도하는 영화음악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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