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포럼><전문가의견>엽종전문화제도 찬성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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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시장경제의 장점은 시장의 경쟁과정이 여러가지 기본조건을 충족시킬때 나타난다.즉,경기의 규칙이 분명해야 하고 규칙적용에 있어서 선수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시장구조는 어떠한가.한편에는 강력한 로비력을 가진 재벌계열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오직 한가지사업」으로 전문화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있다.그런가 하면 무수히많은 행정규제와 기업간의 각종 특수관계가 복합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경기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채 경쟁이 허용될 경우 공정한 경쟁이 나타나기보다 오히려 「정글의 난투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여건이다.이러한 경쟁은 「시장경제」가 의미하는 경쟁이 아니다.
재벌기업들은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업들을 차례로 점유해가고 있다.자동차.반도체.통신.유통등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면 모든 재벌이 참여하고 있다.결과적으로 각 재벌간에 사업구성이 서로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문제는 재벌기업의 업종다각화가 공정한 시장경쟁의 결과가 아니라는데 있다.인허가 등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은 행정규제가 시장구조를 왜곡하고 있고 복합.중층적산업관계로 인해 시장경쟁여건이 이해당사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태다.따라서 개별사업 전문화 기업 들은 비록 경쟁력이 뛰어난기업이라 해도 희생되기 쉽다.
이러한 과도기 단계에선 경기진행에 어느 정도의 지도가 불가피하다.업종전문화는 이러한 과도기의 정책이념이다.재벌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지도 차원에서 기업별로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토록 유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업종전문화 정책이 지금처럼 통상산업부에 규제권을 하나더 얹어주는 식이면 곤란하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업종전문화는 합리적인 규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돼야 한다.또 시 장의 자율성에손상을 주지 않는 방법이어야 한다.예컨대 통산부나 재정경제원 차원의 지도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공정한 경기운용 규칙을 만들고 적용해가는 업종전문화 지도형태가 모색돼야 한다.
숭실대 이성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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