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촬영한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 ‘24 시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 사회의 단면을 배우들이 마치 다큐의 일반인처럼 연기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시네마 디지털 서울 영화제 제공]
2회째인 올해는 규모가 좀 커졌다. 지난해 40편이던 상영작이 71편으로 늘어났다. 경쟁·초청 단 2개뿐이었던 부문 역시 단편부문을 신설하는 등 복잡해졌다. 특히 ‘CiDi 올나잇’이라는 제목으로 심야상영 부문을 신설했는데, 음악공연을 곁들이는 등 대중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스를 소재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만든 다큐 ‘샤인 어 라이트’는 상영에 앞서 가수 이상은의 미니 콘서트가 곁들여진다. 얼터너티브 밴드 소닉 유스의 공연을 7명의 고교생이 카메라에 담은 ‘소닉 유스:문샤인 프로젝트’, 일본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이랜더:복수의 전사’도 이 부문에서 심야 상영될 예정이다. 비교적 대중적인 이런 영화가 있는가 하면 역시나 디지털이기에 가능한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영화도 있다. 중국 왕빙 감독의 영화 ‘원유’(原油)는 상영시간이 무려 14시간이다. 극장 객석에 앉아서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영화는 인스톨레이션, 즉 비디오 설치미술의 방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의 개막작은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최신작 ‘24시티’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중국의 모습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뒤섞은 방식을 통해 그려낸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중경’도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이 역시 초고속 성장으로 빛과 그늘을 동시에 체험하는 현대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공교로운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24시티’와 ‘중경’ 모두 올 5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쓰촨성 지역이 배경이다. 촬영은 지진 발생 전에 했다.
한국영화 ‘괴물’의 중국판 리메이크를 연출할 감독 닝하오의 신작도 소개된다. 28분짜리 단편 ‘기적세계’다. 영화제 기간 중 이스라엘 영화 ‘약속의 땅’의 아모스 지타이 감독, 지아장커 감독 등이 내한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