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 유학생 유치, 숫자보다 질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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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가 국제화다. 우물 안 개구리식 교육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들이 외국 대학에 앞다퉈 교환학생을 내보내고 외국 대학과의 학점 상호 인정제, 공동학위제 확대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 학생을 끌어들이는 ‘불러오는 유학’으로까지 대학의 국제화 노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유치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양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4만9000여 명의 국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약 8%가 대학을 이탈한 불법체류자였다. 일부 지방대들이 미달된 정원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유학생을 유치한 뒤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다. 유학생 중 아시아 출신이 93%에 달하고 북미와 유럽은 각 3%, 아프리카는 1%에 불과한 유학생 국적 편중 현상도 문제다. 이런 식이라면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실질적인 대학 국제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수한 외국 학생을 불러들여 한국을 이해하는 글로벌 리더로 만드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특화된 유학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대학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경희대가 외국인을 위한 전용 과목과 수준별 전공수업을 갖춰 유학생을 끌어들이는 게 좋은 예다. 유학생 유치를 위한 국제화 거점 대학을 지정해 유학 프로그램의 질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수 학생 유치와 유학생 국적 다변화를 위해 정부 초청 장학생 규모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 예산으론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재단이 나서야 한다. 포스코청암재단이 매년 아시아 지역 우수 인재 35명을 뽑아 국내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한 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장차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위해 공헌할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이제부터는 외국인 유학생 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