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스타] ‘리틀 쿠바’ 박재홍, 쿠바 콧대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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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이 홈런왕이 확정되자 즐거워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프로야구 ‘신구 홈런왕’ 이대호(26·롯데)와 박재홍(35·SK)이 시원한 대포로 ‘별들의 잔치’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이대호는 개인 통산 두 번째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됐고, 박재홍은 ‘월드 홈런 레이스’에서 네덜란드와 쿠바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광판에 동군(SK, 두산, 삼성, 롯데)과 서군(한화, KIA, 우리, LG)의 선발 출장 선수 명단이 뜨자 관중석에서 탄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이대호가 동군 1번 타자로 기용됐기 때문이다. 동군 사령탑인 김성근(SK) 감독은 “선발 10명 중 9명이 롯데 선수인데, 변화를 주려면 이대호 1번이 제일 재미있지 않은가”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타순은 바뀌었지만 롯데의 붙박이 4번 타자다운 위력은 여전했다. 이대호는 1회 왼쪽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선제 득점한 뒤 3회 우전 안타로 한 이닝 5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어 선두 타자로 나온 4회에는 서군 투수 장원삼의 높은 직구(구속 136㎞)를 밀어쳐 비거리 120m의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이대호는 8회 1사 1루에서는 ‘1번 타자’답게 번트(파울)를 시도해 관중의 웃음을 자아낸 뒤 곧이어 좌전 안타를 추가했다.

이대호는 경기 뒤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표 60표 중 52표를 얻어 2위 이용규(KIA·4표)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2005년 이후 3년 만에 올스타 최우수선수(MVP)에 다시 올랐다. 부상으로는 상금 1000만원과 삼성 PAVV 보르도 40인치 TV 한 대를 받았다.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으로 지난해(5타수 4안타)에 이어 2년 연속 올스타전에서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로써 롯데는 역대 27번의 올스타전 중 11번째 MVP를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경기는 동군이 11-4로 승리, 2004년 이후 서군에 5연승을 기록했다.

올스타전에서 2006년 홈런왕 이대호가 빛났다면, 홈런 레이스에서는 1996년 홈런왕 박재홍이 ‘리틀 쿠바’다운 위력을 과시했다.

아마추어 시절 국제대회에서 세계 최강인 쿠바 선수들 못지않은 배팅 파워를 과시해 ‘리틀 쿠바’라는 애칭을 얻은 박재홍은 사상 처음으로 국가 대항전 형식으로 치른 ‘G마켓 월드 홈런 레이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네덜란드 내야수 샤놀 아드리아나(38)를 꺾고 우승했다. 한국과 네덜란드·쿠바 3개국 선수들끼리 예선을 벌인 뒤 각국 1위 선수들 3명이 출전한 결선(7아웃제)에서 박재홍은 7개의 홈런으로 아드리아나와 공동 1위에 올랐다. 번갈아 타격을 해 먼저 홈런을 날리면 승부가 끝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박재홍은 두 번째 타석 때 좌월 아치를 그려내 월드 홈런 레이스 상금 2000달러(약 200만원)와 국내 홈런 레이스 1위 상금 200만원을 함께 거머쥐었다.

박재홍은 국내 선수들과 벌인 예선에서는 3개의 홈런을 친 뒤 연장전에서 김태균(한화)을 누르고 1위를 했다.  

인천=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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