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5개 단체가 논리 개발…블로거 100여 명이 사이버 공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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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04면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는 조례가 제정된 뒤인 2005년 3월 16일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다케시마를 지키자’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일장기 등을 들고 시마네현 마쓰에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요즘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한 독도 관련 블로그에 바짝 신경 쓰고 있다. 구글에서 영어로 ‘독도-혹은-다케시마(dokdo-or-takeshima)’를 치면 줄곧 가장 위로 올라오는 블로그다.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게리 데버란 인물이 중립적 토론 마당 형식을 취하며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일 성향이 농후하다.

日 네티즌·민간단체 ‘2008년은 다케시마 홍보 원년’

반크의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담당자인 임현숙 연구원은 “데버가 일본에 유리한 자료를 집중해 올린다”며 “일본 측의 사주를 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블로그엔 ‘독도는 누구 땅이냐’는 투표도 한다. 네이버와 다음에 이런 사실이 공지되자 한국 네티즌이 대거 참여해 현재 ‘독도는 한국 땅’으로 표심이 나타나 있다.

유튜브도 난리다. 독도와 다케시마의 동영상이 격돌한다. 10만 건 이상 조회된 동영상도 있다. ‘한국이 일본의 국조(國鳥)인 꿩을 살육’ ‘한국 여학생, 일본 남학생을 언제나 환영’ 등 혐한(嫌韓) 정서를 조장하는 제목의 영상도 올라온다. 치열한 독도 사이버 전쟁의 현장이다.

반크 측은 “일본 네티즌이 올해를 ‘다케시마 해외 홍보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100여 명의 블로거가 연대해 배너 교환, 홍보작전 공유 등을 통해 네트워크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한다. 주 무대는 ‘2008년 다케시마 프로젝트’(http://sakurasakurasakura3.blog53.fc2.com/blog-entry-342.html)사이트다. ‘독도는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 글·사진·동영상을 교환하며 ▶독도 영유권을 묻는 영문 사이트의 설문에 동참하기 ▶시마네현의 다케시마 다국어 홍보 홈페이지와 연결하기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말단 행동대에 불과하다. 숫자를 추정하기 힘든 행동대 뒤에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단체와 사이트가 있다. 한국 동북아역사재단은 독도 관련 10개 일본 단체와 사이트를 주목한다. 외교부는 ▶시마네현 웹(Web) 다케시마연구회 ▶사단법인 일본청년회의소 영토영해문제위원회 ▶일본회의 ▶현토(縣土) 다케시마를 지키는 모임 등 5개 단체·사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시마네현 웹 다케시마연구회’는 현(縣)정부가 설립한 다케시마연구회가 지난해 5월 ‘발전적으로’ 해산한 뒤 9월 새로 출발한 단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활동무대만 바꿨다. 소장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다쿠쇼쿠대학 국제학부 교수는 15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독도를 연구했다. 독도·해양영토 연구센터 관계자는 “이 조직은 일본의 독도 문제 이데올로그 역할을 한다”며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 민간이 우르르 뒤따라 전파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독도 반환을 요구하는 ‘현토(縣土) 다케시마를 지키는 모임’은 77년 ‘시마네현 다케시마문제 해결촉진협의회’로 출발해 2003년부터 이름을 바꾸어 활동해 왔다. 주일 한국영사관 앞에서 시위하고, 미국 지명위원회(BGN)에 항의문을 보내고, 다케시마 엽서·사진첩을 만드는 단체다.

동북아역사재단 정영미 연구위원은 “‘사단법인 일본청년회의소 영토영해문제위원회’와 ‘일본회의’는 가장 무서운 민간 단체로 꼽힌다”고 말했다. 전국 규모 조직인 영토영해문제위원회는 지역마다 청년 분과를 두고 영토·영해 문제와 관련된 연구를 하며 여론을 조장한다. 일본회의는 ‘천황 중심의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라는 우익 운동의 거점으로 청년 전국 조직을 갖고 있다.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참여 인사가 많이 관여한다. 소장 미요시 다쓰(三好達)는 전 최고재판소 장관이다. 우익의 중심지며 이론과 행동대원, 사이버 부대까지 갖춘 조직들이다. 정 위원은 “이들 단체의 실체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한국 측에선 반크가 대응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영어가 가능하고 활동이 적극적인 국내 회원 40명과 해외동포 300여 명을 선정해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 블로그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스폰서를 받으면 검색 우선순위를 조정해 주는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데버의 블로그는 한국 소개 창인 ‘www.korea.net’의 스폰서 링크에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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