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돈받는 대학생 눈감는 선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0일 오후5시25분 대구동구갑 선거구 첫 합동유세장인 효목초등학교 운동장.유세가 끝난지도 한참 됐건만 갓 대학생이 됐을까 말까한 남녀 50여명은 흩어질 생각을 안하고 있다.
『이중에 사무실까지 꼭 와야 할 사람이 있어요.나머지는 돌아가고…무슨 뜻인지 알겠죠』(검정 손가방 든 청년),『월요일 학교에서 만나 나눠줄게,안바쁜 사람은 같이 가도 되고』(또래 20대),『에이,돈받기도 힘드네.할 일도 없는데 따 라가보지 뭐.근데 난 선거권도 있는데 더 받아야 되는 거 아냐.』 기자가그중 한 사람을 붙잡고 확인했다.L모 후보측이 일당(日當)3만원에 고용한 이른바 「박수 아르바이트 대학생」.
이날 유세장에는 부정선거 단속전담 선관위 직원 10명과 정.
사복 경찰들이 곳곳에 깔려 있었지만 적발된 부정선거운동은 1건도 없다.
몰라서 안잡은게 아니었다.4천여 청중 가운데 지지후보별로 줄지어있던 80%이상은 동원인력이고 특히 떼지어 움직인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 대학생」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오후6시30분 대구동구갑 선관위의 답변.
『사실 적극적으로 나서면 한 두건 못 올릴 것도 없지요.문제는 그러다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어요.쉽게 걸려드는 사소한(?)부정을 문제삼아 자격박탈이라도 하면 은밀히 더큰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만 도와주는 꼴이 되니까 요.』 또다른선관위 직원.
『설사 눈으로 보더라도 결정적 증거확보가 쉽지않아요.또 적발된 후보가 같이 죽자며 다른 후보들 부정적발에만 매달리면 투표일까지 후보 전원이 자격을 상실,선거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우리관할내에서 부정시비가 일면 대외 이미지도 좋을게 없고….』 선거열기가 점차 달아오르면서 불법운동사례도 늘고 있다.
총선현장에서 그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절박한 경쟁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후보들의 본능적 몸부림은이해못할 바도 아니다.그러나 이로 인해 전체적인 선거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페어플레이의 책임은 1차적으로 선수에게 있으나 심판과 관중의몫도 적지 않다.
용돈벌이를 위해 불법인줄 알면서도 돈받고 선거운동을 하는 대학생. 공명선거를 외치면서도 귀찮다고 불법현장을 보고도 못 본체 넘기는 선관위.
결코 후보들만 몰아칠 수 없는 불법선거의 현장이었다.
〈대구에서〉 이기원 기동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