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예술의전당 청소년 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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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비발디의 ‘봄’을 연주하는 김대진 지휘의 코리안심포니와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매우 다재다능한 연주자다. 체질적으로 앙상블 감각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다. 독주뿐 아니라 반주.실내악.협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악기의 특성을 잘 살릴 줄 안다. 그가 지휘자 금난새.정치용씨에 이어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의 세번째 사령탑을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김대진의 음악교실'은 그가 프로그램 기획은 물론 연주.지휘.해설까지 도맡아 하는 3년짜리 장기 프로젝트의 첫 무대였다. 지금까지의 청소년음악회가 오케스트라 위주의 프로그램이었다면 올해부터는 피아노를 구심점으로 한 다채로운 악기 편성을 연출해낸다. 그래서 올해 '학습 목표'도 독주에서 합주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편성)의 연주에 대한 이해로 정했다. 첫 '수업'의 주제는 독주였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 4년간 전문 MC와 음악평론가가 막간에 등장해 해설을 들려주고 지휘자가 음악을 이끌어가던 '과두체제'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아노 건반 앞에 앉아 연주.지휘.해설 등 1인 4역을 하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음악회를 떠올리면 된다. 그만큼 책임 소재와 목표가 분명해졌다는 얘기다.

합창석 무대 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진행자가 노트북에 쓰는 글씨를 관객에게 보여줬고 악보는 물론 연주하는 클로즈업 영상을 담아냈다. 딱딱한 분위기의 음악회가 아니라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질문도 나누는 수업시간이었다. 시청각 '교재' 덕분에 학생들의'수업 태도'도 매우 양호했다.

이날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과 피아니스트 김대진 듀오가 들려준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이었다. 결국 훌륭한 연주가 가장 좋은'교과서'임을 보여줬다. '왕벌의 비행'을 들려준 마림바이스트 김은혜,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부른 소프라노 최자영의 무대도 손색이 없었다. 두 시간을 훨씬 넘겨 끝났지만 관객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4년 만에 새단장한 '음악교실'을 만끽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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