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움찔'…충청권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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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해져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입법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시장 전망, 정책방향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S부동산중개업소는 한산했다. 이 업소 사장은 "총선 전엔 서울 3차 동시분양에 나온 잠실 주공 4단지의 높은 분양가 여파로 투자 문의가 많았으나 총선 이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투기억제책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돌면서 매수 대기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들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만 해도 매수자들이 종적을 감췄던 부동산 중개업소엔 총선 이후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충남 천안의 퍼스트 D&C부동산 백승일 사장은 "이날 하루 동안 땅 매수 문의가 10건에 이른다. 투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상승세 꺾이나=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국회가 재편되면서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총선 결과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줘 송파구 잠실 발(發)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출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18일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10.29대책 이전보다 평균 0.63% 올랐다. 같은 기간 일반 아파트값은 0.81% 빠졌지만 잠실.반포 저밀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1.98%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실동 주공1단지 13평형은 5억4000만원, 2단지 13평형은 5억3000만원으로 10.29대책 이전보다 4000만~5000만원 올랐다.

하지만 강남권에서도 일반 아파트값이나 중층 재건축은 10.29대책 이전 수준을 밑도는 곳이 많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35평형은 6억원 선으로 10.29대책 이전보다 2000만원 낮다.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 "중소형의무비율 확대 조치로 중층 재건축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매수세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은 뉴타운 개발에 힘 입어 10.29대책 이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강남권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이전에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강남권 저밀도지구를 중심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총선 이후 비수기로 접어들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심리 되살아나는 충청권=탄핵안 가결과 규제 강화로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다시 기운을 되찾고 있다. 천안의 한 중개업자는 "행정수도 이전작업이 탄력을 받게 돼 투자분위기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좀더 지켜보자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가격 메리트가 큰 충남 예산.서산.당진에 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 지역 땅거래는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양시장 양극화 심해질 듯=주택업체들은 총선 이후 신규 분양 아파트를 쏟아낼 태세다. 선거 이후로 미뤘거나 6월께 나올 가능성이 큰 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에 앞서 분양하려는 것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비인기지역은 미계약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이후 보이기 시작한 아파트 분양시장의 회복 움직임은 서울 강남권과 충청권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비인기지역의 청약.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제, 계약금 분할 납부 등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서울 용산 시티파크 효과에 따른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분양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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