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局 빗댄 발언 광고에 등장-동양제과 '후라보노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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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가 입을 열면 여러명 다칩니다」.검정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모래시계풍의 한 사나이가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을 크게클로즈업한 가운데 굵은 글씨로 이같은 헤드카피를 뽑은 광고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접하게 되는 「험상궂은」광고로 처음 보면「대체 뭐길래」라는 궁금증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보게 한다.비자금,12.12사건 등의 재판과 총선정국의 「폭로」에 쏠린 호기심을 한꺼번에 끌어모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깨알같은 글씨를 읽어보면 입냄새 제거기능 껌광고에 불과한 것을 알고는 실소(失笑)를 금치못하게 된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지하철은 지옥철로 변했다.
반경 5내의 공간을 눈깜짝할 사이에 오염시킨 입냄새.음식냄새.끼어가는건 참을 수 있어도 정말 참을 수 없다…」「동양제과의원조 후라보노껌이 없다면 차라리 묵비권을 행사해 주세요」.
소비자들의 시선을 요리조리 끌어가는 티저(teaser)기법을십분 활용한 코믹광고다.이 광고는 만원지하철이나 소극장 등 좁은 공간에서 입냄새 제거껌에 대한 효용도가 가장 큰 점을 노려이달초부터 지하철에만 내보내고 있다.
대부분 고액의 미녀모델을 쓰는 경쟁사 제품들의 TV광고에 비해 광고비를 최소화하고도 광고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각진 얼굴의 무명모델을 구해 모델료 2백여만원을 지불한 것외에 제작에 큰 돈이 들지 않았고 지하철광고료도 위치에 따라 월 2만~3만원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작.대행을 맡은 제일기획 이정기 제작5팀장은 『짜증나는 출.퇴근길의 지하철에서 소비자들이 한번쯤 웃음을 참아가며 읽어보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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