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윗옷 벗겨진 두 전경 ‘공포의 억류’ 증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8일 서울 신당동의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2중대 1소대 내무반은 ‘부상병동’이다. 대부분의 소대원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진압에 나섰다가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던진 화분에 맞은 이모(21) 상경은 왼손가락 뼈에 금이 갔고, 김모(20) 상경은 각목에 허리를 맞아 신경 이상 증세를 일으켜 정밀진단을 앞두고 있다.

병동에 새 환자가 추가됐다. 최모(22) 일경은 왼쪽 눈에 7바늘을 꿰맸고 “실명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조모(21) 일경의 온몸은 붉은색 상처투성이였다. 최 일경과 조 일경은 27일 0시쯤 종각 네거리에서 시위대에 30분간 억류돼 집단폭행을 당한 뒤 옷이 벗겨진 채 경찰에 인계됐다. 이날 경찰은 폭행 가담자들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두 의경과의 일문일답.


-왜 시위대에 억류됐나.

“(최 일경) ‘보신각 쪽 인도에 갇힌 동료들을 구하라’는 명령에 방패를 든 조 일경의 뒤를 잡고 인도로 전진했다. 그런데 갑자기 시위대가 끌어당겨 조 일경과 함께 시위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옷은 누가 벗겼나.

“(최) 시위대 안에서 ‘장비 벗겨’란 소리가 들린 뒤 곧바로 10여 명이 둘러싸고 헬멧과 상의, 군화를 강제적으로 벗겼다. 공포 속에서 순식간에 당하다 보니 저항할 생각마저 안 들었다.”

-눈은 왜 다쳤나.

“(최) 시위대들이 옷을 벗기며 폭행했다. 깃대로 머리를 때려 아파서 고개를 숙였는데 검고 딱딱한 게 쑥 올라와 눈을 쳤다. 돌이었다.”

-옷이 벗겨진 채 폭행을 당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최) 수치심과 함께 모멸감이 들었으나 잠깐뿐이었다. 맞아 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수치심은 금세 사라졌다. 10여 분간 맞으며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위대가 치료해줬다는데.

“(최) 어느 순간 ‘그만 때려’란 목소리가 들렸고 보신각 관리사무소 옆 의료자원봉사대로 끌려갔다. 끌려가면서도 계속 맞았다. 치료받고 있는데 ‘왜 편하게 앉아 있느냐’ ‘무릎을 꿇려라’ ‘죽여버려’란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목을 졸랐고, 치료해 주던 누나도 저를 감싸다 맞은 것 같다.”

-어떻게 풀려났나.

“(최) 한 시위대가 귓속말로 ‘너 이러다가 죽겠다’며 다시 끌고가 저를 경찰에 넘기려 했지만 다른 시위대가 막아서며 때려 쉽지 않았다. 결국 시위대 후방으로 빠져나와 경찰에 넘겨졌다.”

-억류 몇 분 만에 경찰에 인계됐나.

“(조 일경) 30분 만에 풀려 나왔다.”

-시위 진압은 자주 나가나.

“(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동했다. 대부분 최전방에서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시위대가 어떤 얘기를 하나.

“(조) ‘2008년 전·의경 복무한 애들은 회사에, 특히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힘들 거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의경들 사이에서 ‘우리 취직 안 되면 어떡하냐’란 걱정들을 많이 한다.”

“(최) ‘집에 가면 너만 한 아들이 있다. 너희는 아비·어미도 없느냐’란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부모님이 구타당한 사실을 아시나.

“(최) 이렇게 다친 줄 알면 졸도하실 거다. ‘요즘은 거의 평화적이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린다.”

이충형·이진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