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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속 불편할 수도…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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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학중인 친구의 얘길 듣다가 속이 뒤집힐 뻔 했다. 룸메이트가 끼니 때마다 밥위에 마요네즈를 뿌려서 비벼먹는데 얼마나 심한가 하면 밥에 마요네즈를 비빈건지 마요네즈에 밥을 비빈건지 모를정도란다. 그것도 모자라서 라면, 과자할 것 없이 모든 음식을 마요네즈 범벅으로 만들어서 먹는다는데 듣고만 있어도 김치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마요네즈 애식가를 일본에선 마요라(Mayora)라고 부른다. 그들을 위한 마요네즈 전문 레스토랑도 있다.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마요티니(마요네즈를 넣은 마티니)를 비롯해 50 가지가 넘는 메뉴에는 모두 마요네즈가 들어간다. 어떤 음식점에서는 요리에 곁들일 개인 전용 마요네즈를 따로 주문 할 수 있는데 먹다 남은 것은 이름표를 달아서 양주처럼 키핑 해둘 수도 있다.

이렇게 매 식사 마다 마요네즈를 먹는 사람들이 지금은 기이해 보이지만 옛날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마요네즈가 푸아그라와 함께 특정 지배 계층을 위한 고급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사전’을 보면 ‘마요네즈는 소스에스파뇰, 벨루테소스, 베샤멜소스와 함께 프랑스 기본 소스 중 하나’라고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이 소스를 제대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이야 튜브형태로 상품화된 것이 많지만 원래 마요네즈는 꽤 공을 들여야 하는 음식이다. 기본적으로 식초와 기름을 계란 노른자로 유화시켜 만드는데 이 때 기름이 분리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서 한쪽 방향으로 열심히 휘저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크림형태의 마요네즈는 액상 드레싱보다 채소에 잘 묻어있기 때문에 샐러드에 버무려 먹기에도 편리하다.

마요네즈는 한 스푼에 100㎉에 달하는 고열량식이지만 음식에 적당량을 사용하면 맛을 고소하고 부드럽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식단에 영양을 더할 수 있다. 식물성유로 만든 마요네즈의 불포화지방산은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지용성 비타민 A,D,E등의 흡수를 원활하게 한다. 또 치킨 샐러드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면 마요네즈의 식초성분이 살모넬라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저널오브 푸드프로텍션’ 7월호)고 하니 여름철에 먹기도 좋다.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튜브에 든 마요네즈를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번 만들면 냉장고에서 일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마요네즈를 먹는셈이다. 믹서기를 사용하면 번거롭지도 않고 계란대신 두유를 넣으면 유통기한을 좀 더 늘릴 수 있다. 식품첨가제 걱정없고 無트랜스지방에 칼로리도 낮춘 마요네즈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 재료 : 두유100ml, 포도씨유180ml, 현미식초50ml, 소금1/2작은술, 꿀1큰술, 떠먹는 플레인 요구르트80ml

※ 만드는 법 : 믹서기에 두유, 식초, 소금을 넣고 믹서기를 작동시켜 섞어준다. 잘 섞이면 포도씨유를 1수저씩 넣고 색이 하얗게 될 때 까지 믹서기를 돌리는 것을 반복한다. 분량의 포도씨유가 다 들어가서 크림처럼 됐을 때 마지막으로 꿀과 플레인 요구르트를 넣고 섞어준다.

완성된 마요네즈에 씨겨자와 꿀을 넣고 허니머스타드로 만들면 샌드위치를 만들 때나 샐러드드레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된장에 섞으면 고소함이 배가되고 고추장에 섞으면 매운맛을 줄일 수 있으니 아이들용 반찬을 만들때 좋다. 고추냉이와 마요네즈, 참치통조림을 버무려서 김밥을 싸면 느끼하지 않고, 쿠키를 만들 때 버터대신 넣으면 들어가는 지방의 양을 줄일 수 있다.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