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인질 3명 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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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가 혼란에 빠졌다. 14일 이탈리아인 인질이 살해된 지 하루 만에 일본인 인질 3명이 석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재에 나선 이란의 한 외교관이 15일 바그다드에서 피살됐다.

미군은 이에 대해 "알카에다가 배후에서 납치와 테러를 획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항을 주도해온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14일 "조건없이 미군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직후 전투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인질들, 운명 엇갈려=자신들을 '녹색여단'이라고 밝힌 이라크 무장세력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라크 주둔 자국군을 철수할 수 없다고 말해 이탈리아인 인질 4명 중 1명을 살해했다"고 14일 알자지라 방송에 통보했다. 외국인 인질이 이라크 납치 세력에 의해 살해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15일 이라크에서 납치된 일본 민간인 3명이 석방돼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다고 확인했다.

◆"알카에다가 배후"=당초 미국을 비롯한 이라크 파병국들은 인질 살해 사건이 나머지 인질들에 대한 처형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일본인 인질 석방으로 각국은 당황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알카에다 배후설을 주장했다. 한 미군 장교는 15일 AFP 통신에 "알카에다가 일본인 3명 납치로 시작된 일련의 납치 사건을 획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미국 관리도 "이라크의 전 정보기관 및 군기관과 안사르 알이슬람.알카에다.자르카위 조직들을 잘 살펴보라"며 "이들 간에 수많은 '정략결혼'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교전은 소강, 중재는 위기=이라크 사태는 14일 오후부터 진정 국면을 보였다. 전날엔 팔루자를 포함한 이라크 전역에서 산발적 교전만 있었다.

사태 수습도 시작됐다. 이란 대표단이 14일 바그다드에 도착, 15일 알사드르 측과 만났다. 그러나 15일 바그다드시에서 이라크 외교관 카릴 나이미가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승용차 안에서 숨졌다. 이에 대해 이란 대표단의 후세인 사디키 수석대표는 "이번 사건은 이란의 중재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말해 외교관 피살 사건이 중재 행위에 대한 방해 공작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알사드르도 민병대인 마흐드군을 비무장 정치조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봉기를 주도함으로써 저항 중심세력으로 입지를 확고히 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만큼 추가 유혈 사태는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강경=미군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폴 브레머 행정관은 "불법 폭력을 일삼은 알사드르의 체포 혹은 사살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반복했다.

14일 예고없이 이라크를 방문한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나자프에 배치된 수천명의 미군이 곧 과제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15일 "마이어스 의장이 알사드르 처리와 관련해 미 행정부의 결정을 갖고 이라크를 방문했다"며 금명간 체포 작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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