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되는 스코시즈감독의 영화 "카지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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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마피아의 천국이었던 70년대 라스베이거스.도박꾼들의 일확천금꿈이 결국은 조직갱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만들어주던 당시 카지노의 생리가 마틴 스코시즈(54)감독에 의해 세련된 한 편의 영화로 정리됐다.
16일 개봉되는 스코시즈감독의 최신작 『카지노』(원제 Casino)는 70년대 라스베이거스를 배후에서 주름잡던 갱스터들의흥망을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도시의 어두운 일면을 일관된 주제로 삼아온 스코시즈감독은 93년 『순수의 시대』로 잠깐 「실망스런」외도를 했지만 이번 『카지노』로 역시 마피아영화에선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카지노』는 스코시즈감독의 마피아영화 3부작의 완결편.73년의 『비열한 거리(Mean Street)』,89년의 『좋은 친구들(Good Fellas)』에 이어 마피아와 연결된 개성있는인물들을 통해 혼란스럽던 미국사회의 단면을 확대 해 보여준다.
특히 『좋은 친구들』과는 구성과 스타일,인물이 매우 흡사해 속편의 성격이 강하다.다만 『좋은 친구들』에서는 남자들이 삼각관계의 주축을 이루었지만 『카지노』에서는 금발의 샤론 스톤이 가세한 점이 다르다.이 영화에 출연하기 를 갈망해 개런티도 적게받은 것으로 알려진 샤론 스톤은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 변신에 성공,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획득한데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진지한 배우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의 중심인물은 에이스(로버트 드 니로).모든 도박에서 내기를 걸면 언제나 이기는 비상한 재주를 타고난 그는 마피아 보스들에 의해 카지노를 운영하는 「얼굴」로 고용된다.마피아를 등에 업은 그는 냉철하고 용의주도한 경영으로 최고의 카지노보스로 떠오른다.그러나 자아의식과 자존심이 지나친 그는 친구 니키(조 페시),아내 진저(샤론 스톤)와의 불화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조 페시가 연기한 니키는 『좋은 친구들』에서처럼 포악하고 성깔있는 갱스터로 끊임없이 에이스를 곤란하게 만들며,에이스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돈 때문에 결혼한 사기도박꾼 출신의 진저 역시 에이스를 파멸의 길로 끌어들인다.세 사람이 비 극적으로 얽혀들면서 문제는 확대되고 이를 눈치챈 마피아는 그들 특유의 방식으로 장애물을 제거해 나간다.
카지노 보스의 인생유전을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카지노』는70년대 마피아의 전성기로부터 87년 주가폭락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마피아가 종말을 고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코시즈감독은 『좋은 친구들』과『카지노』를 비교하면서 『「좋은 친구들」은 뉴욕 근교의 작은 범죄조직 이야기지만 「카지노」는 도시를 운영한 마피아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전체의 이야기를하고자 했다.부에 대한 욕심이 끝이 없었던 70 ~80년대 탐욕의 시대를 그렸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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