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적금처럼 투자" 적립식 펀드 판매 불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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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권사의 적립식펀드 판매 경쟁이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행.신한은행.조흥은행 등 시중은행이 최근 잇따라 적립식 펀드를 내놨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주식 투자를 하기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은행의 적립식 펀드는 증권사의 것과 사실상 같은 것이어서 금융회사 간 판매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도 잇따라 출시=시중 은행들은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900 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증시 활황 신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판매가 저조한 정기적금을 대체할 상품으로 적립식펀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은행의 적립식펀드는 증권사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에 적금을 붓는 것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을 불입해 주식이나 채권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돈을 장기에 걸쳐 나눠 내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소액 입금이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의 마음을 끄는 요소다.

기업은행의 '적립형 3억 만들기 펀드'는 월 1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3년의 장기간 투자를 통해 주가 등락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했다.

신한은행이 출시한 '신한 미래설계 적립식 주식투자신탁'은 투자자산의 60%까지 업종대표 우량주와 저평가 소형주에 투자하는 혼합형이다. 자산의 40%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고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조흥은행이 13일부터 판매한 '미래든 적립식 주식투자신탁'은 최고 5억원 한도 내에서 무료로 상해보험에 가입시켜 준다.

◆증권사엔 계좌 개설 잇따라=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3일 '3억만들기 펀드'를 내놓으면서 적립식 펀드 판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월 적립액이 10만~20만원에 불과한 소액투자자가 많지만 한달여 만에 6500여계좌가 개설되면서 계약금액은 1794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이상걸 마케팅본부장은 "1인당 평균 월납입금액이 60만원 정도로 납입액도 이미 50억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자아빠 적립형플랜'을 출시한 한국투자증권은 가입 계좌수가 1만2700여개에 불입액 11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교보증권이 개발한 정기투자적금에도 투자가 줄을 이으면서 납입액이 22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대증권.대우증권.굿모닝신한증권.LG투자증권의 적립식 펀드에도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2002년 11월부터 적립식을 판매한 삼성증권은 총 설정액이 128억원에 이르며 자유적립식과 정기적립식을 모두 운용해 인기를 얻고 있다.

◆투자 성향에 따라 종류 다양=증권사의 적립식 펀드는 은행보다 세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성장투자형.가치투자형.배당투자형 등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을 차별화해 위험회피 성향에 맞춘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증시 전망을 자신하는 개인은 자유적립식을 택하는 것도 대안이다. 매달 적립하되 시황 전망을 낙관하면 평소보다 많은 돈을 넣고 전망이 나쁠 때는 적립금액을 줄여서 넣는다. 대우증권 김병수 WM리서치팀장은 "적립식 펀드가 증권투자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서 "특정 종목에 일시에 뭉칫돈을 넣고 상투를 잡는 일을 피하고 3년 이상 장기간 저축처럼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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