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 여야 각 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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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와 사무처 직원 등은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속속 여의도 당사에 집결, 투표율과 투표소 현지 분위기 등을 시시각각 파악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보였다.

박 대표는 오전 7시께 대구시 달성군 화원고등학교에 마련된 제8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호소를 드린만큼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뒤 귀경, 시내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그동안 유세전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개표 시간에 맞춰 오후 당사로 나올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50여평 규모의 천막사무실에 개표 상황실을 마련했다. 상황실 전면에는 지역별로 당소속 후보들의 명단을 전원 게재했는데, 당선이 확정되는 대로 소형 태극기를 꽂기로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총선 승부처는 수도권과 부산.경남이 될 것 같다"면서 "최종 판세분석 결과 이들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박빙 양상을 보이는 선거구가 많다"고 밝혔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앞으로 4년동안 어디 내놓아도 떳떳하고 자랑스런 인재를 골라 뽑는 이번 선거가 특정 목적을 지니고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세력들의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져선 안될 것"이라며 관계당국에 철저한 불법선거운동 단속을 주문했다. 또 은진수 대변인은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는 견제와 균형"이라며 "입법부마저 거대여당 열린우리당의 손에 넘어간다면 대한민국은 온통 불안하고 급진적인 노란색 코드 일색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투표율이 선거승패의 최대관건으로 보고 선거구별로 가용한 인력을 총동원, 전화를 통해 지지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등 막판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투표율이 65% 이상일 경우 원내 1당 목표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이 16대 총선때보다 1.3% 포인트 높은 12.4%로 나타나자 일단 안도하면서 투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또 돈살포 등 막판 부정선거가 자행될 경우 지역에 따라 선거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보고 14일 저녁부터 경합지역을 중심으로 부정선거감시단을 풀가동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3동 신중초등학교에서 팔순 노모 및 부인과 함께 한표를 행사한 뒤 영등포 당사로 나와 단식농성을 계속하며 투표상황을 점검했다.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캐주얼 복장을 한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력을 다했으니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원내과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도되던데..."라며 말을 흐리는 등 초조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지역구인 서울 도봉구 창1동 동사무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검정 넥타이를 매고 서울지역 후보자 및 당직자 50여명과 함께 4.19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4.15 총선은 미완성 혁명인 4.19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라고 적는 등 민주세력 결집을 촉구했다.

정 의장과 김 위원장은 오전 11시께 당사를 돌며 당직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분발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당사 1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는 243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진이 부착된 대형 상황판과 개표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으며 1당을 자신하듯 '당선'이라는 글자가 적힌 노란색 무궁화모양의 배지 200개를 준비했다.

민주당=17대 총선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군소정당으로 쇠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만큼 투표일인 15일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의 표정에 비장함이 엿보였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전날 밤 종로 보신각 앞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친 뒤 자정께 여의도 당사 6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이날 새벽 1시까지 사무처 당직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추 위원장은 오전 7시40분께 지역구인 시내 광진구 프라임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자신의 딸과 둘째아들의 손을 잡고 장전형 선대위 대변인 등 당직자 30여명과 함께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을 찾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풍선 날리기 행사를 가졌다.

추 위원장은 "남과 북이 상생하고, 이산가족 여러분들의 고통과 눈물이 사라질 수 있도록 평화세력으로서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고난이 있더라도 민족 번영의 꿈을 이어나가고 꿈의 행진을 계속하겠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2주 전만 해도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선거가 시작돼 1초 1초 간절한 마음으로 선거운동을 해왔고, 지금도 간절한 마음"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당내정치에만 매몰돼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지만, 앞으로 시선을 멀리두고 민주당의 철학과 정신을 재건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당은 오늘 이 상태 뿐만 아니라 내일도 준비해야 한다"며 "선거사범이 많다는데 재.보선과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당을 거듭나게 할 것이며, 민주당은 나날이 쇄신될 수밖에 없다"며 "당의 선배들도 분위기 조성에 협조해주시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편 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추 위원장은 여자의 몸으로 5천600배의 삼보일배로 온몸을 던져 국민에게 용서를 구했다"며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로 평화개혁세력의 맥을 이어달라"고 호소했다.

자민련=지도부와 선거관계자들은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초조한 표정이 역력했다. 16대 국회에서 겪은 비교섭단체의 서러움을 일거에 떨쳐버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총선전에 임했으나 투표 전날까지도 뚜렷한 우세를 보이는 지역구가 거의 없어 선거일 표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마포 중앙당사 지하1층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김종기 선대위원장 등이 아침 일찍부터 출근, 각 지역구에서 올라오는 투표 상황을 점검하고 지지층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실무자들은 상황판을 점검하고 당선자의 이름옆에 부착할 축하용 무궁화색 리본 40개를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종필 총재는 오전 중구 신당동 청구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박영옥 여사와 함께 투표하고 자택에서 30여분간 휴식을 취한 뒤 상황실을 찾아 실무자들을 격려했다. 김 총재는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했다"며 "모두 그동안 고생하고 최선을 다했으니 겸허하게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44년만에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이 눈 앞에 다가왔다고 보는 탓인지 기대에 찬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지역구인 경남 창원을 지역에서 막판 선거운동을 벌였던 권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6시30분께 창원 상남동 웅남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강지연씨와 투표를 했다.

권 대표는 투표 후 기자들에게 "민노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바라보게 됐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펴지게 할 경제살리기를 맡을 정당으로 국민의 큰 사랑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권 대표는 인근 산을 찾았으며 오후에는 창원에서 개표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의도 당사에서는 천영세 선대위원장과 노회찬 선대본부장, 비례대표 후보 전원이 오후 4시30분께부터 함께 개표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당사 8층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개표방송 시청을 위한 대형 멀티비전 3대가 설치됐으며 지역구 후보 모두에게 선전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장미 139송이가 준비됐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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