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식품에 관심가진 후보를 찍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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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부 화학간장에서 발견된 MCPD.DCP 등의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것인지 아닌지,또 화학간장을 먹어도 되는지,아닌지의 문제를 놓고 또 한차례 곤욕을 치르고 있다.결국 보건복지부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도움으로 화학간장 은 먹어도 좋다는 유권적인 해석을 내리면서 이 문제는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처럼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국외 전문기관의 판단에만 의지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국의 국립암연구소(NCI)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독립기구를 복 지부 산하에둘 것을 제안한다.
화학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1775년 영국의 외과의사인 퍼시벌 포츠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영국의 굴뚝청소부들의 고환암 발생률이 높은 사실과 작업때 고환이 검댕이나타르에 노출된다는 것에 착안했던 것이다.그후 검댕이나 타르속에서 벤조파이렌이란 화학물질을 분리했고 이 화합물이 암을 일으키게 하는 주범임을 확인했다.이 화합물은 갈비나 스테이크를 구울때 기름이 아래로 떨어져 연소할 때도 생기고 담배 연기나 타르속에도 존재한다.
암은 구약성경의 기록에도 있는것을 볼 때 아주 오래전에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산업혁명 이후 각종 인조 화학물질 사용이확대되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통계에 따르면 암의 80%정도가 화학물질에서 기인하고 12%정도가 자외선. X-선.감마선 등 방사선에 의한 것이며 나머지는 바이러스 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품제조때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화학물질만도 3천가지가 넘고,용기.포장 등에 포함된 화합물은 그보다 훨씬 많다.그 외에 식품 자체의 천연화학물질,가열 조리때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발효때생기는 물질 등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엄청나게 다양하고 복잡한인조및 천연화학물질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인간이 착륙하고 암을 정복하는 두가지 야심찬 도전을 시도한 바 있다.인간이 달에 가는 것은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도 암을 치료하는 완전한 항암제 개발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당시 미국 보건부(NI H)는 엄청난연구비를 투입,항암제 개발에 착수했지만 획기적인 진전이 없자 암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립암연구소를중심으로 식품성분조사에 관한 대대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은 옛날부터 선조들이 먹어왔고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대로 먹고 있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모든 성분들에 대한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다.흔히사람들이 의심하는 각종 첨가물은 그 안전성이 엄 격한 검증을 통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허용된 사용량안에서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옛날에 가난할 때는 먹느냐,먹지 못하느냐가 문제였지만 지금은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일이 되었다.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이후 수입식품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이제 우리가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정확히 알 권리가 국민 에게 있다는 것을인식할 필요가 있다.「신토불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몸과 흙이 하나라는 뜻일 것이다.흙과 물이 깨끗하면 거기서 생산되는 농축산물도 깨끗하고 그것을 먹는 우리몸도 깨끗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사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중요한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정부야말로 국민을 사랑하고 청지기의 직분을 다하는 정부로 인정할 수 있다.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는 이와 같이 중요한 복지문제에 관심을가지고 있고,또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가 진 개인과 정당을 적극 지지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정한 연세대.식품생물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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