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g짜리 아기 … 이틀은 얼굴 못 보고 눈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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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임신 6개월이던 주부 최현미(36·서울 하왕십리·사진)씨는 갑자기 아랫배에 진통이 왔다. 온몸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졌다. 최씨는 동네 산부인과병원을 찾았다. “자궁이 열린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덜컥 겁부터 났다. 결혼 5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얻는 아기 생각에 최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종합병원의 담당 의사는 “이미 자궁을 싸고 있는 양막 사이로 아기 발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양수가 터지면 아기가 감염 위험에 놓이게 되니 빨리 수술 결정을 해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임신 23주 만에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최씨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 이최건호(현재 20개월) 아기는 23주 2일 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당시 몸무게는 584g. 최씨는 “체중이 너무 작아 정상인으로 살 확률이 10% 내외라는 말을 하는데 할말이 없더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출산 2~3일 전 초음파 검사를 해 아기가 눈·손·발·척추가 있다는 것은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아기를 낳으니 너무 작아 그런지 울지를 않는다는 거예요. 제발 우리 아기 좀 살려 달라고 기도했어요.”

최씨는 아기를 낳고도 이틀간은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같은 병실에 있는 엄마들은 때가 되면 아기를 데려와 모유를 먹이는데…. 아기 생각에 계속 눈물이 나왔어요.” 3일째 되는 날 용기를 내 아기를 처음 봤다. 최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뚝뚝 떨어뜨렸다. 아기는 미동도 없고 피부가 양서류처럼 물기가 없으면 말랐다. “위험해요. 호흡이 힘들어요.” 중환자실을 찾을 때마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엄마 가슴이 내려앉는 얘기만 했다. 아기는 폐가 덜 자라 인공호흡기를 이용했다. 체력이 떨어지고 세균 감염에 시달렸다. 미숙아 망막증 수술 등 여러 수술을 받았다. 아기는 2007년 1월 13일 2.5㎏의 몸무게로 90여 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현재 20개월인 이군은 몸무게 12㎏, 키 83㎝로 같은 해 만삭으로 태어난 또래 친구보다 체격이 더 크다고 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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