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남북密使가 만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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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당신네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미(美) 중앙정보국장의 의회 증언에 대해 얘기좀 나눠 봅시다.그는 당신들에게 주민 기아.주민 탈출을 막을 능력이 없다는 거요.』 『그 친구웃기는구먼.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미 중앙정보국장이라면세계에서 비밀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아니오.그런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면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것이고,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없잖소.』 『꿈 깨시오.우리들은 오히려 당신네가 자본주의적 모순이 극도에 이른 나머지 혼란과 무질서 속에 빠질 것으로 보는데….』 『웃기는 사람은 미국 친구가 아니라 당신이구먼.』 『좋소.서로 한번씩 웃겼다치고,당신 할 얘기가 뭐요.』 『당신네는 망하는 길밖에 안남았으니 이판사판으로 대남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널리 퍼져 있소.우리는 절대 그런 짓은 용납할수 없소.일단 대남 도발을 하면 잃는 것은 휴전선이오,얻는 것은 통일이라는 우리의 의지를 전하려 하 오.』 『감히 수령님의명언(名言)을 도용하다니,무엄하오.있지도 않은 도발위협을 들먹이는 속셈이 뭐요.전쟁을 원하오? 서울 불바다론을 다시 듣고 싶소.노동1호 미사일만으로도 부산까지 쑥밭이 된다는 사실을 잘알텐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바로 위협이지 뭐요.또 한가지말해둘 게 있소.주민들을 배불리 먹이시오.탈출자가 늘면 우리도곤란해지니까.우리는 당신들의 붕괴를 원하지 않소.단지 점진적인체제개혁으로 잘 살게 되고,종국에는 대화에 의한 통일 이 되길바라오.』 『자꾸 통일 통일 하는데 당신들 통일할 준비 돼 있소.경상도와 전라도로 갈려 죽자사자 싸우는 사람들이 통일을 말할 자격이 있소.경제 성장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사람이 빵 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잖소.비록 우리가 지금은 하루 두끼로 때우고 있어도 머지않아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면 우리도 동반 번영하는 길이 예약돼 있단 말이오.또 개발중인 대포동2호 미사일을캘리포니아 해안에 구경시키겠다고 하면 미국은 화들짝 놀래 지갑을 열게 돼 있소.경수로만큼 큰 흥정거리를 우리는 갖고 있단 말이오.우리는 배짱이 있고,그 배짱에 기초한 외교력 또한 탁월하오.』 『당신들은 인민을 고도로 통제하는 덕분에 무너지지 않을 뿐인데 미안하지만 최근 그 통제력에도 금이 가고 있잖소.』『배신자는 어느 사회에도 있는 법.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소.
』 『당신들이 우리 쪽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미 중앙정보국장도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소.동포애에 입각한 원조를 받으시오.』 『숨이 넘어가는 공산주의자들을 도와주면 그들의 목숨만 연장할 뿐이다-남쪽에 이런 정서가 있는 것 다 아오.그러니 우리에 대한 관심을 끊으시오.』 『당신네가 중장기적인 붕괴 과정에 들어갔다고 일본 정부도 판단하고 있소.붕괴 과정에서 당신들의 폭주(暴走)가 예상된다고 하오.당신네는 고장난 비행기와 같아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오.』 『어떻게생각하든 당신들 자유요.그러나 비행기가 고장났다면 그 수리비는당신들이 대야 하오.또 서울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으려면 그때도 돈을 내야 하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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