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 비운 "검은탄환"퀴로 애틀랜타올림픽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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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여름 애틀랜타올림픽 트랙에서는 참혹한 역경을 이겨낸 또하나의 인간드라마가 펼쳐진다.여자육상 8백에서 연속 39회 우승이라는 찬란한 기록을 세웠던 쿠바의 「검은 탄환」아나 피델리아 퀴로(32.사진)가 마지막 무대가 될 애틀랜타 올 림픽을 겨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3년1월 치명적인 화상을 입고 트랙을 떠난 비운의 주인공 퀴로는 불운을 딛고 쿠바 아바나에서 맹훈련으로 투혼을 불사르고있는 것이다.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낡은 주방기기가폭발하는 바람에 상반신과 얼굴에 3도화상을 입고 뱃속의 아이까지 잃는 비참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화상을 입지 않은 그녀의 두다리는 그녀를 집안에 가둬두지 않았다.일곱차례의 피부이식수술을 받고 빠른 회복을 보인 그녀는 사고가 발생한지 4개월도 채 되지않아 붕대를 풀고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93년12월 중미 카리비안육상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 지난해 여름 국제경기대회에서는 급기야 자신의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동메달기록을 0.7초 앞당기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88년 서울올림픽에는 쿠바의 불참으로,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엔 임신 탓에 올림픽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그녀에게 애틀랜타는 최후의 기회가 된다.
현재 아바나 근처의 해변에서 모래사장 위를 뛰며 맹훈련중인 그녀는 요즘 은빛 귀걸이에 분홍립스틱까지 바르고 다니는등 과거의 불행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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