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밀어도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96배구슈퍼리그가 출범하기 이전까지 그는 다만 무명에 지나지 않았다.그러나슈퍼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금 그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높깊은 물결을 일으키는 사나이」로 남아 있 다.
이수동(25.190㎝.고려증권)-.
하얗게 센 머리,고운 피부,그래서 순하게만 보이는 것은 첫 인상일 뿐 막상 코트에 서면 그는 몸서리칠 정도로 호모 벨리쿠스(호전적 동물)요, 호모 아바루스(탐욕적 동물)였다.
국내 남자배구의 최정상을 가리는 28일의 챔피언결정 4차전.
17-16으로 앞선 5세트에서 뿜어나온 그의 결정타는 고려증권3년 한의 마감포만은 아니었다.
그의 낯뜨거운 배구이력을 날려보낸 마지막 의식이었다.
그의 배구입문은 대구 수성초등 4학년때.딸부잣집 외동아들(이기호-장영순씨의 1남5녀중 둘째)로 몽땅사랑을 받으면서도 배구부원들에게 나눠주는 빵과 콜라가 탐났던 것.
실력이 붙을 리 없었다.경북사대부중.고를 다닐 때도 배구보다당구도사(당시 2백50).
결국 그는 동기생에 끼워팔려 홍익대에 입학(90년3월)하고 1학년말 탈퇴권고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 수모가 바로 오늘의 이수동을 키운 약이었다.
그때부터 이를 악문 그는 겨우 2천만원을 받고 고려증권에 입단(93년11월)한 뒤 과거의 허송세월을 몇곱 훈련으로 되갚으며 투지를 불태워온 지 2년여.
자신의 「한방」에 끝난 슈퍼리그무대를 배경으로 어머니(51)를 얼싸안고 흘린 그의 눈물은 15년무명을 깨고 스타로 다시 태어나는 인간승리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