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박사가 본 북핵 장치 '핵무기'여부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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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핵무기 장치를 보았다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진술은 외교적 파장을 몰고올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미국 등 각국이 분석하고 평가해 왔지만 직접적인 증언은 없었다.

북한은 지난 1월 방북한 미국 민간 대표단에 영변 핵시설을 공개하면서 소량의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미국은 칸 박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을 방문 중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중국 정부에 북핵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주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칸 박사 진술은 한.미 양국이 평가해 온 북한의 핵능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양국은 그동안 북한이 1994년 이전에 추출한 플루토늄(7~22kg 추정)으로 1~2기의 조잡한 핵무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판단해 왔다. 문제는 칸 박사가 봤다는 플루토늄 '핵폭발 장치'를 핵무기 완제품으로 볼 수 있느냐다.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칸 박사가 방북한 99년은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사건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때"라며 "그 시점에서 북한이 칸 박사에게 핵무기 장치를 보여줬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또 진술 자체에도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칸 박사도 "핵무기가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고 얼버무렸다. 북한이 칸 박사에게 모조품을 보여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칸 박사 진술은 북한의 핵개발 능력이 상당 수준임을 입증해 주었다. 핵무기 장치가 투하형 핵폭탄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99년 이후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래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칸 박사의 진술로 북한의 핵시설이 영변 이외의 지역에도 있을 가능성이 새로 제기됐다. 평양에서 한시간 거리의 지하 시설에서 핵무기 장치를 봤다고 그가 말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보유를 부인해온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도 이번 진술로 명확해졌다. 파키스탄이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의 설계도와 약간의 완제품을 북한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민석.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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