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뒤 포토라인 선 이건희 전 회장 “사회적·도의적 책임은 계속 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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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16일 1심 선고공판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 “국민 여러분께, 특히 기자 여러분께 폐를 많이 끼쳐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과를 예상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런 건 예상하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답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하고 검토해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4월 22일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때 공언한 차명계좌 주식의 사회 환원 약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키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이날 오후 1시30분 정각에 열린 1심 선고공판에 20분 전쯤 도착했다. 이 전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에 들어갔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 등 함께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들도 오후 1시쯤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방청석엔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이 초조한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렸다.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에 대한 선고공판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왼쪽부터)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 있던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법정 분위기는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이 대조를 보였다. 피고인석에는 이건희 전 회장 등 8명의 피고인이 변호인과 함께 들어찬 반면 검사석은 텅 비어 있었다. 조준웅 특별검사와 3명의 특검보는 나오지 않았다. 특검 측에서 선고 결과를 예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조 특검은 특검이 기소한 주요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가 선고되자 “말도 안 되는 판결 ”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조 특검은 “재판부가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에 대해 각각 무죄와 면소 판결을 한 것은 판결 법리와 형량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고발인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 구조본의 개입에 대해 면죄부를 준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이 100일간 수사를 했으면서도 공판 과정에서 삼성 변호인단의 변론도 물리칠 수 없을 만큼 부실 수사를 했다”며 특검팀을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발시킨 김용철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불러다 놓고 수사하고 재판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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