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엔 ‘방어형 포트폴리오’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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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16일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1530선 가까이 오르며 강한 흐름을 보이다 하락세로 전환, 한때 연중 최저치인 1488.75까지 떨어졌다. 결국 1.93포인트(0.13%) 하락에 그치며 1500선을 방어해 내긴 했지만 장중 40포인트 넘게 왔다갔다하며 투자자의 마음을 졸였다.

상승세를 반전시킨 것은 외국인의 ‘팔자’다. 외국인은 이날도 4400억원 넘게 팔며 28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사상 최장 순매도 기록이다.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순매도 금액은 8조원에 달한다.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투자 대기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는 최근 80조원까지 불었다. 미국발 신용위기, 특별한 매수 주체가 없는 수급 여건, 점점 낮아지는 실적 기대치….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제는 약세장에 대비한 투자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약세장, 끝이 아니다=5월 중순 1900선에 육박하던 지수와 비교하면 1500선 방어마저 불안한 지금의 주가는 충분히 싸 보인다. MSCI에 편입된 종목을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1년 후 예상 실적과 현재 주가를 비교한 주가수익비율(PER)은 9.33배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나들 때는 15배 안팎으로 높아졌던 수치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 유동성 증가율 등을 감안한 적정 PER은 9.76배다. 이도한 연구원은 “이론상 적정 코스피지수는 1631”이라며 “현재 시장은 현저한 저평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키움증권이 코스피지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약세장 구간을 네 번으로 설정하고 특징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약세장은 평균 2년4개월간 지속됐고, 이 기간 지수는 고점 대비 평균 56% 하락했다. 변준호 연구원은 “9개월간 27% 하락한 지금을 약세장의 막바지로 판단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단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지금은 팔기도 늦은 시점”이라며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신규 매수자에 대해서도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가치와 배당을 챙겨라=투자에 나서겠다면 약세장에 걸맞은 방어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과거 약세장에서 의약품·보험·음식료·전기가스와 같은 내수 업종과 전기·전자(IT) 및 철강금속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변준호 연구원은 “당분간은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산가치주도 대안이다. 현재 시장에는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땅의 가치가 더 많은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실적까지 받쳐 준다면 주가는 강하게 버틸 수 있다. 현대증권은 이런 기업들로 세아제강·코오롱건설·휴스틸·DK유아이엘·한섬 등을 꼽았다. 펀드는 가치주·배당주·소형주 펀드가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 ‘유리스몰뷰티주식’ ‘프런티어배당한아름주식’ 등은 손실률이 11∼15%로 주식형 펀드 평균(-28.9%)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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