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46.시민사회는 국가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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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민사회는 과연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90년대초 우리 사회에 시민사회 단체들이 생기면서 「시민사회가 과연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자율적인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논의가 이론적 쟁점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이같은 논의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사회주의 붕괴가 자율적 시민사회 공간의 부재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시민들이 다양한 형식을 통해 국가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국가는 쉽게 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수 있■ 다는 것이다. 또 영국.미국을 포함한 복지국가에서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과 중과세 정책에 대한 중산층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노믹스와 같은 신보수주의가 등장한 것도 그 중요한 배경이다.시장경제와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국가의 개입 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
물론 「국민윤리」나 「정치.경제」교과서들에서는 국가나 시민사회를 소개하는 대목이 적지 않으나 이같은 이론적 쟁점의 배경이나 전개과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단순히 교과서적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에서 쟁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보다 심화된 학습을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란 도덕적 지도력이 형성되고 작동되는 영역으로법.학교.노동조합.교회 등 정치적 강제와 국가의 억압으로 부터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사회적 영역을 가리킨다.경찰.군대 등 물리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국가와 달리 「시민사회」는 「지적.도덕적 정당성」,즉 자율적인 시민들의 민주적 동의에기초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시민사회」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국가의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뿐만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이들은 환경.생태.여성.지역문제 등 국가 중심적 사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고 있는 시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증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시민사회란 국가의 권력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자율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시민사회란 국가권력을 정당화해주는 기능만할 뿐 실제로 국가에 대한 민주적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설령 시민적 영역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공공의 영역을 확장하기 보다는 국가의 공적 기능을 후퇴시켜 시민사 회에서의 시민적 권리주체가 형성되기 보다는 이해관계의 충돌로 파행을 겪는다는 것이다.최근 지역 및 집단 이기주의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또 개인의 파편화와 함께 시민사회가 자본에 의해 빠르게 식민화되는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하는 과제는 시민사회 옹호론자들에게 남겨진 중대한 이론적 과제라 할 수 있겠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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