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생명력은 끝없는 실험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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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한 볼쇼이 발레단의 정식 단원인 배주윤씨가 내한 공연에 함께 온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하는 볼쇼이 발레 내한 공연이 오는 21~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모스크바에서 만났다.

"볼쇼이 발레가 여전히 세계 정상급임을 확실히 보여줄 것으로 믿습니다".

올해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아 지난 1월 프랑스 공연에 이어 두번째 해외공연으로 한국을 잡은, 알렉세이 라트만스키(35)는 내한공연 성공을 확신했다. '백조의 호수'가 볼쇼이 발레단의 정통 레퍼토리인 데다 파리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37세에 볼쇼이 예술감독을 맡았던 천재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보다 두 살이나 어린 나이에 볼쇼이 발레단을 떠맡은 라트만스키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러시아는 물론 캐나다 로열 위니펙 발레단, 덴마크 왕립 발레단 등에서 무용가와 연출가로 활동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서방과 러시아 발레를 아우르는 이 같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나이에 볼쇼이 예술감독에 발탁된 것이다. 그는 올해 초 러시아 언론사가 뽑은 '러시아를 움직이는 35세 이하 주요인사 35인 '에 들었다. 또 12일에 열린 러시아 국내 우수 공연예술인 시상식 '황금마스크' 행사에서 발레 부분 최고 연출가상을 받았다.

라트만스키의 관심은 고전적 발레 스타일의 테두리를 넘어선다. 그는 볼쇼이 발레가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통 계승과 함께 새로운 실험적 시도들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고전적 스타일의 반복은 무대의 생명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관객에게 지루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무용수들에게 뛰어난 기교 못지 않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한 데서 나오는 풍부한 감정표현을 주문한다. 아무리 기교가 뛰어나더라도 판에 박힌 듯한 기계적인 춤은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트만스키는 개인적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 발레를 직접 본 적이 없지만 볼쇼이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배주윤씨와 마린스키 발레단 소속인 유지연씨 등 한국인 발레리나를 통해 한국 발레가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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