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地圖>문학 6.동국大 국어국문학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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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벌써 30년 너머의 고교시절,그때는 몇몇 대학에 명문학과들이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아마 동국대 국문과도 그러한 소문난 학과의 하나로,글을 쓰겠다는 학생이면 으레 진학을 꿈꿔보는 곳이었다.그곳엔 양주동.서정주.조연현 등 한국문단을 이끌어가는 기라성 같은 대가 문인들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고 신석정.조지훈등 선배문인들이 이름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서울대의 경우국어학.고전문학 등 학문적 분위기 일색이었기에 글줄이나 써보고자 하는 학생들은 미아리 서라벌 예대 근처나 남산 동국대 강의실을 한두번쯤 기웃거려 본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타교생이던 나도 마찬가지였다.소문난 대가들의 얼굴이라도 한번구경하고 싶었고,문단적인 징후라도 맛보려고 남산 언덕길을 숨차게 오르내렸던 일이 생각난다.그때 유자효(柳子孝)시인과 문정희(文貞姬)시인은 이미 문사(文士)라도 된듯 이름 나 있었고,「문학의 밤」같은 때는 그 무렵 데뷔했던 박제천이나 김초혜.홍희표.선원빈.홍신선 시인등이 얼굴을 내밀었던 것으로 기억난다.그렇게 동국대는 문학하는 곳,무언가 전설이 있는 곳으로 많은 문청(文靑)들에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 다.
정작 내가 그곳 출신 문인들과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은 문단 데뷔후인 70년대 초반부터였다.특히 조정래.김초혜 부부와는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다정하게 지냈다.미당(未堂)서정주선생과도 친하게 되었고,지금은 가까이에서 교감을 나누는 다정한사이로 모시고 있다.조정래 작가를 통해 조연현 선생도 뵙고 『현대문학』에 글도 쓰게 되었고,홍기삼.김선학을 비롯한 수많은 재사들을 만나면서 문학적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장호.이형기.
신경림.황석영을 비롯한 수많은 문 인들이 포진하고 있는 동국문단산맥은 문학사적인 면에서 그야말로 이 땅의 현대문학의 한 요람이자 진원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대학원에 출강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동국문학도 이제 문단적이기보다 문학적인 분위기가 대두되는 느낌이다.문예동국.학문동국으로 변모해 간다고나 할까.
그렇게 사람이 가고 세월이 가면서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인가.새삼 『모든 것은 변한다』는 부처님 말씀이 부딪쳐 온다.
김재홍 문학평론가.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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