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 "해고만이 능사 아니다" 自省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아래 대규모 감원이 유행인 미국기업에 해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대규모 감원에대한 반발도 고개를 들어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는 사무직 근로자감원현상이 커다란 쟁점으로 부상했다.
언론인출신 극우주의자 패트 뷰캐넌이 아이오와주에 이어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가 기업의 감원행태를 공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직원을 돕는 것이 회사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지난 90년 이래 3만3천명을 감원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사는 지난해 12월 직원재교육을위해 약 4천만달러(약3백16억원)를 쓴다는 계 획을 발표했다. 퍼스트 뱅크 시스템사의 존 그룬도퍼 회장은 6년전 회장에 취임하며 2천명을 해고한 바 있지만 최근 직원 1인당 7백50달러(약 59만원)씩 총 1천1백만달러(약 87억원)를 보너스로 지급했다.회사를 건실하게 키워준 직원에 대한 감 사의 표시라고 했다.
건축자재회사인 셰러 브러더스는 최근 모든 직원이 수익의 15%를 나눠 받은 뒤에야 임원들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결정했다.또 몇푼 아끼려고 직원을 해고하기 보다는 현관의 꽃을 없애고 고위간부 월급을 일시적으로 25% 삭감하는 쪽을 택했다.
물론 대다수 경영자들은 아직도 감량경영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논리에 공감한다.대규모 해고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근로자의 불평을 일축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기업의 감원열풍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기업이 근로자와 공유해야 할 몫까지 불공평하게 빼앗는다고 공격한다.근로자의 생산성 증가에 걸맞게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78년 리 아이아코카가 크라이슬러사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당시 연봉이 단돈 1달러였다는 점을 예로 들며수백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아가며 대량감원에만 의존하는 최고경영자를 비판하고 있다.
[정리=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