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者 성분 갈수록 고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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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권력서열 70위인 현철규 함남도당책임비서 아들 현성일씨 내외의 귀순에 이어 김정일(金正日)의 과거 동거녀 성혜림(成蕙琳)씨가 서방 탈출을 꾀하는등 탈북자가 「고급화.다양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0~70년대 군인.농어민이 주류를 이루던 탈북자들의 성분이 무역일꾼.외교관.김일성 친인척등 북한 상류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통일원과 관계당국이 지난 60년부터 북한 귀순자 2백50명을분석한 자료에서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귀순자의 대량화 현상이다.60년대 귀순자는 65명이다.연간 6~7명이 귀순해 왔다는얘기다.70년대 들어 귀순자는 15명으로 격감 했다.이는 북한이 이 기간중 그런대로 경제적 안정을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귀순자 수는 80년대 들어 다시 49명으로 증가 추세로 돌아섰고 9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지난 90~96년중귀순해온 북한 주민의 숫자는 총 1백21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귀순자의 출신 배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귀순자는 군인.농어민.선원.기술자 계층 비율이 전체의8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90년대에는 당정원(노동당과 행정부서 근무자)비율이 72%로 출신 성분이 고급화되고 있다.60년대 이후에는 농어민 계층의 탈북자가 없다.
가장 주목되는 흐름은 90년대 중반들어 북한 상류층 인사의 귀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 94년5월에 망명해온 강명도(康明道.37 북한 강성산 총리 사위)를 비롯,조명철(김일성대 강사).최세웅(외환딜러)부부.현성일(잠비아대사 관 3등 서기관) 부부는 물론 최근에는 성혜림등 상류층의 귀순이 눈에 띈다.이밖에 벌목공의 귀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한국.러시아 수교이래 귀순해온 벌목공 수는 42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서강대 이상우(李相禹)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지난 10년간 계속된 경제난으로 조직 관리자에게도 제대로 보상을 못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워져 사회기강이 해이된 탓으로 진단하고 있다.
통일원은 탈북자들의 귀순동기가 체제불만에서 개인적 요인과 사회 불만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즉 지난 60년대의귀순자 72%는 공산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큰 귀순동기로 꼽고 있다.반면 90년대는 체제불만보다는 처우불만 .이성문제.처벌우려 등 사회불만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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