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혁 기자의 릴레이 인터뷰-<3>

중앙일보

입력

자율과 방종은 그 모양새가 백지 한 장 차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천양지차. 이제 세상의 흐름은 자율이다. 규제로 대표되던 정책은 모두 무장해제되고 있다. 이는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로 살아 숨쉬는 학교현장을 강조하는 김정중(61) 강서교육장을 만났다.

기존 영어교사와 원어민 교사
협력수업 적극 시행


-강서교육청 관할 지역은 서울지역에서도 지역격차가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이를 해소할 방안이 있나.
  “목동을 포함하고 있는 양천구와 강서구는 비교대상이 안될 정도로 생활수준의 격차가 심한 곳이다. 이 때문에 교육청 업무의 상당부분이 양천구 일부와 강서구 소재 학교의 교육환경개선에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과학부 지원 ‘교육복지투자우선학교’사업과 서울시 교육청 지원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은 선정된 18개 학교의 저소득층 자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3년부터 총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이와는 달리 학교 운영예산의 40~50%까지 특별예산으로 지원하는 좋은학교만들기 사업은 총 36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시설개선보다는 학생의 학력 신장을 위한 방과후학교 확대, 초빙교원제 확대, 교육소외계층 학생 지원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강서교육청만의 특화사업이 있는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식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 4월에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며, 현재 가양초, 경서중 등 13개 학교 267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드는 7000만원의 예산은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모은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순한 급식 지원보다는 그에 따르는 교육적 효과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지역은 공항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음으로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하다. 저소득층 자녀가 특별히 많은 이유다. 조식지원 사업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해당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빨라지고 결석학생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학력신장을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목동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과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기초 학력 미달학생 제로운동이 대표적이다. 교육청 산하 영재교육기관에서 현재 수학·과학·정보 분야 140명의 초등학생과 음악분야까지 추가해 160명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이 진행 되고 있다. 또 초등 3학년의 학습수준에 미달되는 900여명의 학생들에게 기초 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한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잘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한강유역 생태문화탐방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데 한강의 물줄기 체험을 통해 자연의 중요성을 배우고 환경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가양초 등 18개 학교에서 125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7월22~24일까지 한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를 따라 정선, 영월, 여강, 두물머리 등지에서 실시된다.”
-최근 일선 학교교사들의 연수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학교현장 모습 중 하나다. 요즘엔 대부분의 연수에 교사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원초과로 연수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신규 임용된 교사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보니 기존의 교사들이 자각하고 연수 참여를 자청하고 나섰다. 원래 신규 임용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가장 활발했는데 요즘은 실력 있는 교사들의 영어수업시연이나 수업분석 워크샵, 수업방법 혁신 연구팀에 기존 교사들의 참여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이에 교사 연수의 분야와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어 담당교원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영어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위탁연수, 심화연수, 해외연수 등을 실시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도 현재 초등 20개, 중등 16개 학교에 배치돼 있다. 이들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영어 담당교사와 원어민과의 협력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어 학습의 성격상 다양한 수준별 수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예산과 공간 부족으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면이 안타깝다.”
-개인적인 교육 철학을 말한다면.
  “자율이 가장 중요하다. 일선 학교의 재량을 무시하고 이끌려고만 한다면 그 사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현장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교육청의 모토도 ‘학교 현장이 살아 숨쉬는 강서교육청’이다. 이는 일선 교사들을 향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교육의 발전은 결국 교사들의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부모의 신뢰를 얻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청에서도 그 점에 최대한 많은 지원을 할 계획이다. 교사는 단순 직업인이 아니다. 예전에는 무보수로 보충수업이나 과외도 했었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사명의식을 가지고 교육에 임한다면 분명 학생·학부모들의 닫힌 가슴이 열릴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공교육 신뢰회복을 외치고 있는데 그 대상인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별로 할말이 없다. 바뀌어 가는 교육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마저도 선입견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학교교육은 분명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일단 교사들을 믿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 그리고 그 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