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구멍 ‘금강산 관광’ … 통제 펜스 32m 뚫려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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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전에도 관광객들이 위험한 줄 모르고 빈번하게 넘나들다 북한군의 제지까지 받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그래서 “현대아산과 우리 정부가 그동안 금강산 관광객 신변 안전 보호 장치를 만드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씨 피격 전후를 목격한 이인복(23·경북대 사학과 2년)씨는 “펜스를 넘으면 안 된다는 설명을 듣거나 경고판을 보지 못해 나도 뜻만 있으면 사고 현장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씨 피격 사건 당시 먼 곳을 응시하면서 현장으로 다가가는 바람에 펜스를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3일 공개된 현장 사진도 그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펜스는 해안에서 32m 떨어져 있다. 이 구간엔 높이 1.5m 정도의 완만한 모래언덕만 만들어져 있다. 보도블록이 깔린 정식 산책로가 아니라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펜스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누구라도 넘어갈 수 있다. 사고 이틀 전인 9일 금강산 해수욕장 모습. ‘진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판이 사진 왼쪽 산책로에는 있지만 오른쪽 모래언덕 부근에는 없어 해변쪽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별다른 의구심 없이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내륙에서 해변으로 향한 펜스는 공사장용 임시 펜스처럼 보인다. [서울신문 제공]

실제로 통제선을 넘었던 관광객은 박씨뿐만이 아니었다. 박씨의 언니(55)는 “동생과 함께 금강산에 갔던 중학교 동창 한 사람이 사건 하루 전날 통제선을 넘어 산책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사장을 따라가면 왼쪽에 시멘트로 된 길이 있고 그 위에 냇물이 흘렀는데 철조망이나 안내 문구가 없어 그 길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4일 금강산을 방문한 김홍술(52) 목사 역시 “산책하다 북한군에게 억류됐다”고 밝혔다. 그는 “안내문도 철조망도 없어 통제구역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펜스는 높이 3.2m로 세워져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고 반박했다. “펜스가 큼지막해 (보통 사람이라면) 그곳이 경계지점인지 모를 리 없다”는 주장이다.

안혜리·천인성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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