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탄광촌 살리기' 무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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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산지역사회연구소가 지난해 철암 지역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 도서관.

국내의 대표적인 폐광 지역인 태백시 철암동을 되살리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일명 '빌리지엄(Villagium)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철암지역이 지난 2002년과 지난해에 2년 연속으로 태풍 피해를 입자 태백시가 각종 피해 복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주민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등 사업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위기 맞은 빌리지엄 프로젝트=이 프로젝트는 잇단 폐광으로 인해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철암 지역의 주거.교육.환경.문화 여건을 개선시켜 주민들이 '더 이상 떠나지 않는 마을'로 만들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 건축사 12명으로 구성된 철암건축도시작업팀(대표 朱대관)과 지역의 광산지역사회연구소(소장 원기준) 등 2개 민간 단체가 지난 1999년부터 주도적으로 펼쳐 왔다.

이들은 지난 2000년 '철암지역 현황조사 보고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그 동안 ▶철암역 선탄장(選炭場) 시험조명 설치▶철암역 갤러리 개관▶철암 코울(Coal)페스티벌 및 철암예술 축제 개최▶불우 이웃에 새집 지어주기 등 주민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 2002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철암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미술.사진 교실을 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지역 어린이들의 유일한 공부 및 여가 공간인 '어린이도서관'도 마련했다.

그러나 태백시는 이들 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올해부터 각종 태풍 피해 복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너비 20m인 철암천을 30m로, 철암 시가지를 관통하는 지방도를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에 각각 착수했다.

이에 따라 철암역앞 등지의 주택과 상가 230여채가 철거되면서 220여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작업팀 朱대표는 "주택과 상가가 철거되면 지역상권이 위축되면서 4000여명의 주민 중 절반가량이 다른 곳으로 떠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건물과 주민 등 하드웨어가 없어지면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시에서 먼저 이주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태백시 입장=시는 철암천과 도로 확장이 재해 예방및 지역 개발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신 이재민을 위해 철암지역에 오는 2006년까지 213가구 규모의 장기 임대아파트를 건축해 주민들의 타 지역 이주를 최대한 막겠다는 계획이다.

태백=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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