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멋대로 인상’ 지방의원 연봉 “상한제 만들어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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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도봉구는 항상 살림이 쪼들린다. 구 예산 가운데 지역에서 걷는 세금의 비중인 재정자립도가 35.3%에 불과하다.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가장 가난한 편이다. 인구 37만여 명인 도봉구의 올해 예산은 2090억원. 1070명의 공무원 월급을 주고 운영비·관리비를 포함한 경상비를 떼면 주민들에게 투자할 돈은 거의 없다.

반면 14명의 도봉구의회 의원들은 전국 구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의정비를 받는다. 연봉이 5700만원이다. 도봉구의회는 지난해 의정비를 전국 246개(광역 16개, 기초 230개) 지방의회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60%나 올렸다. 구청이 자체적으로 먹고살 수 없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연봉만 올린 것이다.

정부가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과도한 의정비 인상을 억제하고, 자치단체의 살림 형편에 따라 동결이나 감액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지방의원 의정비 상한제를 시행해 의정비를 합리적으로 조율토록 권고하기로 했다”며 “10월까지 모든 자치단체에 시행안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수입으로 직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53.9%) 이하인 곳이 우선 대상이다. 행안부는 ▶재정자립도 ▶지방의원 1인당 주민 수 ▶공무원 수 ▶최근 3년간 의정비 인상률을 포함한 구체적인 평가 잣대를 마련 중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의정비 상한제 별칙을 넣거나 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6년 지방의원 의정비 자율화 이후 인상률이 두 배 가까이나 돼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의정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자치단체에는 정부 교부금에 인센티브를 줘 재정 지원을 차등할 방침이다.

◇“올리고 보자”=지난달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은 대부분 의정비 인상을 약속했다. 서울시의원의 연봉은 6804만원이다. 지난해 인상을 하지 않아 34%를 올린 경기도(7252만원)에 뒤져 자존심이 상한다며 “너도나도 올리자”는 것이었다.

전국 246개 지방의회 중 올해 인상률(67%) 1위인 울산광역시 울주군의회 의원 10명의 개인 연봉은 5212만원이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보다 높고, 군 단위 기준으로도 최고다. 울주군 관계자는 “인구는 19만 명에 머물고 큰돈 나올 곳은 온산국가공단 하나뿐인데 기초의원 연봉은 전국 1등이라니 부끄럽다”고 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인상률을 정한다. 올해 16개 광역 시·도의 광역지방의회는 평균 13%, 기초자치단체의 시·군·구 의회는 36%를 올렸다. 의정비를 동결한 곳은 9곳에 그쳤다. 올해도 246개 지방의회가 대부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윤종인 자치제도 기획관은 “지방의원에게 회기 참석 실적에 따라 지급하던 회기수당을 월정 급여로 전환한 지 3년 만에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의원들의 연간 총 회의일수는 광역의회는 120일, 기초의회는 80일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지방의원들이 대부분 무보수로 일한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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