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중견기업] 건축자재 업체 아이케이 불에 강한 스티로폼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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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역 인근의 조용한 주택가. 4층 건물 내 아담하게 가꿔진 실내 정원을 지나면 깔끔한 카페가 나온다. 직원들은 여기서 아침엔 떡이나 샌드위치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낮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사원 복지시설을 갖춰 놓고 있는 이곳은 ‘불에 타지 않는 스티로폼’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중견기업 아이케이의 본사다. 이 회사 윤석규(48) 대표는 “3년간 100억원을 들여 난연액을 스티로폼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불에 아주 안 타는 것은 아니지만 불을 붙이면 스스로 꺼질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케이가 이렇게 만든 제품인 ‘프리보드’는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난연 2급의 준불연성 스티로폼 패널로 공인받았다. 프리보드는 특히 지난달 건물을 지으면서 가짜 난연 자재를 사용하면 제조자는 물론 사용자까지 처벌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프리보드는 주로 공장이나 물류센터 같은 창고의 외벽에 사용되는 건축 자재다. 이들 건물의 외벽은 보통 밖엔 철판을 대고 그 속은 스티로폼으로 채워진다. 현재 70% 정도가 스티로폼으로 시공된다. 하지만 스티로폼은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쉽게 옮겨 붙고 유해가스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폴리우레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스티로폼보다 값도 비싸고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난연액이 투입된 프리보드는 스티로폼과 무게 차이가 없고 화재에도 강하다. 이미 CJ의 진천공장이나 대우로지틱스의 군산공장에 시공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윤 대표는 “건물에 이 제품을 사용하면 화재에 강한 것은 물론 1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단열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엔 대기업과 제휴했다”고 덧붙였다. 동부제강과 기술협력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철판을 개발해 프리보드와 결합한 상품을 내놨고, 두께 5㎝의 프리보드 한쪽 면에 아예 철판을 덧대 공사현장에서 간편하게 외벽으로 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대기업이 중견기업의 기술력만 믿고 제품 개발은 물론 생산라인 확충에까지 투자했다”며 “대부분 회색 위주인 공장·물류창고 외벽이 앞으론 다양하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또 건물을 지을 때 H빔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철골구조인 ‘PRY 트러스’와 지붕에 사용하는 ‘아이루프’, 외벽에 쓰는 ‘아이패널’ 같은 건축 자재를 생산한다. 특히 아이루프나 아이패널은 각각 지붕이나 외벽의 길이에 맞게 공장에서 생산돼 현장에 공급되기 때문에 시공이 간편하다. 나사못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루프나 아이패널끼리 연결하기 때문에 부식이나 누수의 우려도 없다. 윤 대표는 이 같은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을 “매년 10억원 가까이를 연구개발비에 쓴다. 국내외에서 20여 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2% 남짓 된다. 정보기술(IT)이나 전자산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지만 이 회사와 비슷한 건축자재 업계(조립금속)의 연구개발비는 평균 0.37%(2006년 기준)에 그친다. 그는 “화재만 나면 모두 타버리는 국내 공장이나 물류창고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단열재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회사를 설립했다”며 “세계적인 건축 자재 업체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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