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백화점 3사, 브랜드 쇠고기 경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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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신현구 정육바이어는 요즘 충청남도 서산농장을 자주 찾는다. 서산농장은 3000마리의 한우가 자라고 있는 곳. 이 중 300마리가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최고급 거세 한우인 ‘화식한우’다. 이 백화점이 건국대 동물자원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해 지난해 말부터 선보였다.

특수 제작한 압력밥솥으로 보리·쌀겨·볏짚을 고온에서 푹 익혀내 먹여서 육질이 부드럽다고 한다. 화식한우는 낮 시간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또 생후 4개월 미만 송아지를 위한 ‘송아지 놀이방’이 따로 있다. 소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신씨는 “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기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은 앞으로 암소만으로 명품 브랜드를 만들려 한다.

암소는 거세우보다 육질이 부드러워 최고급 한우로 분류된다. 또 국가공인 인증기관인 자체 품질연구소에서 한우의 유전자(DNA) 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판매대에 붙이기로 했다. 롯데·현대·신세계 세 백화점 간에 한우를 내세운 자존심 경쟁이 한창이다. 우리 쇠고기의 경쟁력을 높여 축산농가에 새 길을 제시하고, 돈도 벌겠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청풍명월’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최고급 한우를 팔고 있다. 지난해 말 충청북도와 공급계약을 했다. 1++급 등심 100g에 1만2000원으로, 같은 등급의 일반 한우보다 10%가량 비싸지만 올 봄부터 매출이 5∼10%씩 늘고 있다. 박봉규 축산 선임상품기획담당은 브랜드 개발을 위해 전국의 한우 농장을 1년간 누볐다. 그는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농협이 관리하는 사료만 먹고 자란 소들”이라며 “맛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관리에 더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본점의 경우 청풍명월 한우의 판매액은 올 1월 전체 한우 판매액의 10%정도였지만 지난달엔 25%로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5스타’라는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다. 백화점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강원도 화천군 목장을 비롯해 네곳에서 생산되는 한우 중 최상위 1%만 엄선한 제품이다. 임종길 축산바이어는 “혈통 관리는 물론 사육 방식도 철저히 분리해 위생적”이라며 “2000마리를 기를 수 있는 화천 대성목장의 경우 품질 관리를 위해 1200마리만 사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명품 한우 개발이 한우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축산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2∼15일 농협과 함께 ‘우리 한우대전’을 열었다.

전국에서 안성마춤한우·하이록·참예우·토바우·한우지예·명실상감한우 등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임종길 바이어는 “이 중 몇몇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공급 농가에 일반 도매시장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이 ‘청풍명월’을 공급받는 농가는 충북의 1만7000여 곳이다. 박봉규 기획담당은 “1++ 한우의 경우 농가에 일반 도매시장보다 100g당 700원을 더 쳐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 개발담당자들의 고민도 있다. 명품 한우 경쟁이 심해지면 생산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가뜩이나 비싼 한우값이 더 올라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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