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피해 광화문 상인들 이번주 집단 소송 착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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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17면

1984년 서울 망원동 수재 사건은 집단 소송과 공익 소송의 첫 사례로 꼽힌다. 유수지 수문이 붕괴되면서 홍수 피해를 본 주민 3700여 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53억원의 거액을 배상 받았다. 이 소송을 맡은 이는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조영래(1990년 작고) 변호사. 조 변호사는 수해 직후 현장에 나가 직접 상황을 체크했다. 이어 주민들을 모아 소송을 내도록 함으로써 한국 소송사에 큰 획을 그었다.

당시 조 변호사의 ‘시민공익법률상담소’에서 상담역으로 일하며 망원동 소송을 도운 이가 이번 촛불 집회를 주도한 한국진보연대의 상임운영위원장 박석운씨다. 그런 박씨가 최근 공교롭게도 집단 소송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 상인들이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참여 단체, 주동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 채비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뉴라이트 성향의 변호사 600여 명으로 구성된 시변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과 함께 법률지원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상인들의 소송을 돕고 있다.

시변 이헌 사무총장은 “집회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시민·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권리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며 “공익 봉사 차원에서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과 상담 중인 이재교 변호사는 “지난 두 달간 상인들의 매출이 대개 50% 이하로 줄었고 10%로 준 경우도 있다”며 “소송 방법 등에 관한 상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소장 접수는 이번 주 본격화한다. 시변 측은 광화문에 접수처를 마련해 운영하는 한편 상점을 돌아다니며 소장을 받을 계획이다. 상인들이 소송에 실제 얼마나 참여할지 주목된다. 보복을 당할까 걱정하는 상인도 있지만, “배상을 꼭 받고야 말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헌 총장은 망원동 수재 사건을 대표적인 선례로 들면서 “영업 손실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까지 받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근 지역 주민과 직장인이 출퇴근 길에 겪은 고통도 배상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20여 년 사이에 집단 소송의 대상이 바뀌고, 변호사들의 면면도 달라진 셈이다. 이런 게 바로 ‘격세지감(隔世之感)’ 아닐까.
 


 
▶이번주
●14일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명예훼손 선고 ●15일 행정안전부, 선진 한국을 위한 지역발전 토론회 ●16일 삼성 특검 선고 ●18일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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