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홀 이글은 神과 캐디의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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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m짜리 11번 홀(파4). 최경주가 이번 대회 3라운드 연속 보기를, 지난해에도 보기를 두개나 범했던 최악의 홀이었다. 최경주는 5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홀까지는 191m.

부드러운 샷이었다. 핀을 향해 날아간 공은 그린 위에서 사뿐히 한번 튀고는 홀 속으로 빨려들었다. "와"하는 갤러리의 함성이 폭발했다.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고, 한국 교민들에게 서투른 한국말로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는 미국인도 있었다.

'아멘 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홀(파5.464m).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위기였다. 최경주는 차분히 레이업을 해 세번째 만에 온 그린을 했다. 컵까지의 거리는 11m. 유리알로 불리는 빠른 그린인 데다 내리막이었다. 최경주는 신중하게 퍼터를 갖다댔다. 빠르게 구르던 공은 홀 뒷벽을 때리고 컵 속으로 빨려들었다. 또다시 환호가 터졌다.

이어 14번 홀(파4.400m). 최경주는 두번째 샷을 그린의 왼쪽 끝부분 높은 지점에 정확히 떨어뜨렸고, 공은 경사를 타고 그린을 빙 돌아 홀 1.3m 거리에 붙었다. 가볍게 버디 한개를 추가한 최경주는 워터 해저드를 낀 16번 홀(파3.155m)에 섰다. '16번홀에서 4피트(약 1.2m)거리의 내리막 퍼트를 하는 건 가득 채워진 맥주잔 4개를 들고 술이 쏟아지지 않도록 걷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홀. 티샷은 홀 위쪽 2.5m 거리에 내려앉았다. 최경주는 까다로운 슬라이스 라이의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켜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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