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은퇴 고민 날리고’ 배영수 4년 만에 SK 꺾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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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그만둬야 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 너무 이른 고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영수(26·삼성)는 심각했다. 오른 팔꿈치 수술(2007년 1월)과 일 년간의 재활. 그토록 그리던 마운드에 돌아왔지만 구위는 예전만 못 했다. 2004년 다승왕과 시즌 최우수선수에 올랐고,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그였다. 등판 후 오른 팔꿈치가 저려 오는 고통은 참을 수 있었지만 ‘전력으로 공을 뿌려도 상대가 쉽게 쳐내는 상황’만은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당시에는 수술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예전 같은 공이 나오지 않으니 ‘수술받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정말 심각하게 야구를 그만둬야 할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선동열 삼성 감독의 믿음은 변함 없었다. 5회를 넘기지 못하는 일(8경기)이 비일비재했지만 꾸준히 그를 선발 등판시켰다.

지난 4일 대구 KIA전에서 4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던 그는 로테이션을 지켜 10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했다. 팀이 중위권을 다투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명예 회복을 하고 싶었던 욕구가 강하게 작용했는지 그는 선두 SK를 상대로 자신감 있게 공을 뿌렸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2㎞. 수술 전에 비하면 10㎞나 부족한 수치였다. 하지만 철저한 코너워크를 통해 SK 타자들을 요리해 나갔다. 5이닝 2피안타·1실점의 호투. 4회 이진영에게 우월 솔로포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실점 위기도 맞지 않았다.

삼성 타선은 5회 이전에 5점을 뽑아 주며 그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겼다. 그로서는 2004년 8월 27일 대구 홈경기 이후 4년여 만에 SK를 상대로 승리를 챙겨 더욱 의미가 컸다. 삼성은 이날 그의 호투를 발판으로 6-2로 이겼다.

한편 광주에서는 한화 에이스 류현진(21)이 돋보였다. KIA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8이닝 5피안타·무실점·7탈삼진의 호투로 시즌 9승(5패)째를 거뒀다.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 2사 후 안타 한 개를 내줘 노히트 노런을 놓쳤던 KIA 이범석은 이날도 7회 단 한 차례 맞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 팽팽한 투수전의 희생양이 됐다.

목동에서는 롯데 장원준이 생애 첫 완봉승(9이닝 6피안타·무실점)을 거두며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우리 선발 마일영도 9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패전의 쓴맛을 봤다.

인천=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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