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갱두목 장례식 全세계 어깨들 총집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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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1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선 「대만판 모래시계」가 연출됐다.
지난 달 15일 피살된 대만 갱집단 사해방(四海幇)의 거두 천융허(陳永和.50)와 그의 심복 닝레이차(58)의 합동장례식에 일본과 홍콩은 물론 멀리 미국으로부터 1만7천명의 갱들이 집결,일대 장관을 이룬 것이다.
검정색 양복과 선글라스 차림이 특징이어서 흑사회(黑社會)로 불리는 이들 조직폭력배들은 사해방에서 4천여명,최근 한국 히로뽕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대만 최대의 갱조직 죽련방(竹聯幇)에서 5천여명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또 홍콩의 트라이어드(삼합회)에서 3천여명이 대거 원정,세(勢)과시에 나섰으며 일본의 야마구치(山口)조와 미국 화청방(華靑幇).월청방(越靑幇)도 참석했다.
특히 이날 장례식엔 대만의 갱조직과 정치권의 뿌리깊은 연계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많은 정계인사들이 참석하거나 애도의 글귀를보내 눈길을 끌었다.
다음 달 총통선거에 출마하는 천뤼안(陳履安)전감찰원장이 이날아침 조문한데 이어 쉬신량(許信良)전민진당주석,신당(新黨)의 주가오정(朱高正)입법위원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또 우버숑(吳伯雄)총통부 비서장.왕진핑(王金平)입법원 부원장.첸푸(錢復)외교부장.간한성(簡漢生)국민당 문공회(文工會)주임.류빙웨이(劉炳偉)대만성 의회의장.천쉐이벤(陳水扁)타이베이시장등이 추모글귀를 보냈다.
그러나 사해방과 죽련방이 국공내전후 대만으로 이주해온 중국인세력이 주류인 외성파(外省派)인데 반해 전쟁전 대만에 이주,본성파(本省派)로 분류되는 천도맹(天道盟)측이 불참,피살사건과의연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캐딜락 1백여대와 꽃차 5백대,오토바이 수십대,말 12마리가 상여를 호위,그 행렬이 타이베이시 지룽(基隆)로 등을 지날 때는 무려 3㎞나 됐다.이 때문에 타이베이시 형사대장이 직접 수천명의 경찰을 지휘,질서잡기에 나서기도 했 다.
사해방은 천융허의 피살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의 수사를 존중하지만 시일이 지체될 경우 직접 복수에 나서겠다고 밝혀 타이베이시엔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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