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군, 레바논서 완전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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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레바논에서 24일 철군하는 시리아군을 향해 레바논인들이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29년 동안 레바논에 주둔해 왔던 시리아군은 이날 완전 철군했다. [마스나 AP=연합]

시리아군의 레바논 주둔이 24일로 끝났다. 주둔 29년 만이다. 시리아군은 최종 철수 시한인 30일보다 6일 앞당겨 완전철수를 단행했다. 정보기관장과 30여 명의 장병들만 남아 26일 베카계곡에서 거행될 간단한 환송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시리아 정부 관계자는 25일 "환송식이 끝나면 레바논에 시리아군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레바논 군 관계자는 "24일 밤을 기해 시리아군 기지를 모두 접수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시리아군의 최종 철수 장면을 '처량한 이동'이라고 표현했다. "24일 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200여 대의 장갑차.트럭.버스가 조용히 레바논 서부 마스나 국경을 지났다"고 보도했다. "방수 커버를 씌운 야포.다연장로켓포.탱크 등도 서서히 시리아로 넘어갔다."

레바논 일간 알사피르는 25일 시리아군이 예정보다도 일찍 철수한 것을 '우호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유엔철군조사단이 이날 도착하는 데 맞춘 것이다. 미국 등으로부터 추가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카이로 전략연구소의 무하마드 술탄 박사는 "추가적인 경제제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알아사드(시리아 대통령)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철군이 완료되면서 앞으로 레바논의 정치 일정이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지브 미카티 신임 총리는 19일 거국 화합 내각을 구성했다. 총리는 선거법 개정이 끝나는 대로 5월 29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알사피르지는 25일 사설에서 "이제 외국의 정치.군사적 개입 없는 레바논인들에 의한 의회.정부 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레바논이 앞으로 조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엔 결의안 1559호에 따라 친시리아.이란계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들의 해체를 두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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