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건설주 … 성적표도 소용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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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오늘은…’이라는 기대가 ‘오늘도…’라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9일 장 초반 강하게 오르던 건설주는 결국 약세로 마감했다. 거래소 건설업종지수는 10일째 내리막이다. 올 들어서 40% 떨어졌다.

추락세를 막기엔 실적도 역부족이다. 건설업종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은 GS건설의 성적표는 A+에 가까웠다. 2분기 영업이익은 141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 수주액은 7조5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이미 올해 수주목표(12조2000억원)의 60%를 웃도는,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이집트 등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회사 측은 분석한다. 이 밖에 삼성물산·현대건설·금호산업 등도 2분기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 GS건설은 전날보다 0.21% 오르는 데 그쳤다. 연초 20만원을 넘보던 주가는 10만원 밑을 맴돌고 있다. 이달 들어서 GS건설을 비롯, 대우건설·대림산업·태영건설·성원건설·경남기업·벽산건설·계룡건설·한신공영·일성건설 등이 최근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증권은 건설주 약세의 이유로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유동성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펴고 ▶반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며 ▶주택 분양 경기 침체로 지방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 구조가 악화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한 베트남 경제 위기로 촉발된 해외 사업에 대한 리스크 경계감도 건설주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건설주가 회복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실적을 감안하면 현 주가는 매우 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NH투자증권 강승민 연구원은 “10여 개 주요 건설사를 탐방한 결과 2분기 평균 매출이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엔 투자 심리가 안정되면서 급락세도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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