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처음 간 김대중총재-학생들과 통일.정치문제등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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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서울대 학생들과 만났다.9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 국제회의실에서 1시간30분가량 통일.정치문제에 대해토론했다.
金총재가 서울대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과 격의없이 의견을 교환한 이벤트는 그의 정치인생에서 처음이다.
金총재의 방문은 서울대 정치학과의 박사과정 대학원생 및 졸업생들의 학술모임인 초토회(初土會.회장 金淵珏)의 초청에 따른 것.이번 행사를 성사시키는데는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지도위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金총재가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 직무대행과 인사를 나눈뒤 문화관에 도착하자 학생회 간부 10여명이 『당리당략 대권놀음 DJ는 각성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그러나 회의실엔 정규회원외 학부생들까지 3백여명이 몰려 바닥과 복 도까지 빽빽이 들어찼다.강연주제는 통일문제였으나 金총재는 『어떤 질문이든성의있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학생들의 질문은 만만찮게 날카로웠다.『남북통일을 하자면서 최고지도자들 사이에 의견통일조차 안되는 것은 왜인가』『5공세력과의 단절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노태우(盧泰愚)씨에게 받았던 20억원을 되돌려줄 용의는 없는가』등등.
金총재는 『안기부까지 끌려가 어려운 취조도 많이 받아봤지만 그때가 오늘보다 훨씬 쉬웠다』고 받아넘기며 『金대통령은 盧전대통령 때보다 제1야당을 더 무시해 면담이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또 『20억원을 돌려주라는 주문은 가슴에 잘 새겨두겠다』고 답변.또 『총선의석이 3분의1이 안되면 대통령출마를 포기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머릿속에 총선승리 생각밖에 없는 사람한테 패배를 전제로 한 질문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金총재는 저녁일정을 연기하면서까 지 봉천동 곰탕집에서 학생들과 소주잔을 나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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