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 냉각수 재활용해 수력발전 … 연 23억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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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 아파트가 에너지 절약을 추진하기 시작한 건 2004년. 지하주차장의 형광등을 40와트(W)에서 32W로, 외곽등은 175W에서 절전형 램프(55W)로 바꿨다. 아파트 1층 현관등은 일반전등 대신 센서등을 달았다. 이로 인해 전기를 68% 아낄 수 있었다. 김형태 아파트관리소장은 “입주민들과 관리업체 직원들에게 절약 습관이 몸에 배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저절로 줄었다”고 말했다. 초고유가 시대지만 일찌감치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온 기업들은 충격이 덜하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절약을 위해 한강다리를 수놓던 경관 조명 시간이 단축됐다. 8일 밤 서울 마포대교·원효대교·한강대교(사진 아래부터)의 경관조명이 모두 꺼지고 가로등만 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경관조명 외에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심야시간대 하루 세 차례 시청사의 전력을 차단하는 등 고유가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버릴 게 없다=공장에서 내버리는 물·열·공기를 재활용하면 돈이 된다. 삼천포화력본부는 화력발전에 쓰고 바다에 버리는 냉각수 배출구의 끝에 소규모 수력발전소를 만들었다. 폐냉각수를 수력발전에 이용한 건 세계 처음이라고 한다. 연간 2만㎿의 전력을 생산해 23억원의 절감효과를 낸다. 이후 여러 화력발전소가 냉각수를 활용한 수력발전소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제지업체인 한국노스케스코그는 대기 중에 흩어지던 열을 회수해 온수를 만드는 데 활용했다. 1997년 에너지 절약을 위한 팀을 별도로 운영해온 이 회사는 2012년까지 3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에너지 이노베이션 30’ 계획을 세웠다. 공장 투자비의 30%를 에너지 절감에 돌리겠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제지는 에너지 소비가 많아 절감 노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무학주정은 증류를 거치고 남은 액체를 재활용했다. 이를 다시 발효시키니 스팀보일러의 원료가 됐다. 보일러 연료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폐기물 처리를 위해 가동하던 농축기도 돌릴 필요가 없어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

◇설비 하나만 바꾸면=동양고속운수는 2006년 차량의 운행정보를 실시간 기록하는 회전속도계를 아날로그식에서 디지털로 바꿨다. 이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동하자 차량별 연료소모량과 정비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자연히 급제동·급가속·공회전 같은 나쁜 운전 습관을 고치게 됐다. 덕분에 운송원가를 10% 정도 줄였다.

삼성물산이 국내 처음 도입한 ‘지열냉난방’은 지역난방이나 에어컨을 설치하는 대신 지하에 매장된 열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연간 2000만원을 절감하는 것 이외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앴다.

GS파워는 지역난방열로 난방과 냉방을 다 하는 시스템을 아파트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쓰레기 소각열을 이용해 냉난방비를 월 20만원 가까이 줄인 것이다.

◇자린고비형=에너지 절약의 기초는 ‘마른 수건도 쥐어 짜기’다. 많은 기업은 여름철에 높은 실내 온도를 견디고, 형광등을 반만 켜고, 에스컬레이터 전원을 끈다. 삼성전자의 신모(30) 연구원은 “실내 온도가 섭씨 27도에 달해 탁상용 선풍기를 가져와 트는 게 사무실 풍속도가 됐다”고 전했다. SK에너지 신헌철 부회장은 최근 사내방송에서 “과도한 음주·회식 문화를 자제해 비용 절감에 나서자”고 당부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동체를 물청소하기로 했다. 항공기 때를 닦아내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급호텔은 투숙객이 원할 경우 수건과 침대시트를 덜 자주 갈아주는 ‘그린카드 제도’를 속속 도입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안진한 팀장은 “업체와 가정 모두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고 말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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